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시위를 벌였다. 이틀간 출격한 군용기가 77대에 달한다.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내부 결속을 다지고 △주하이 에어쇼에서 선보인 역량을 과시하려는 3중 포석으로 보인다.
대만 국방부는 3일 “전날 중국 군용기 3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젠(J)-16 전투기 26대와 수호이(SU)-30 전투기 10대, 쿵징(KJ)-500 조기경보기 1대, 윈(Y)-8 대잠초계기 2대가 밤낮에 걸쳐 대만 본섬과 서남부 프라타스(둥사)군도 사이를 오갔다. 중국은 국경절 당일인 1일에도 38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대만 ADIZ로 보냈다.
이 같은 도발은 지난해 9월 대만 국방부가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이틀 연속 40대에 육박하는 군용기가 대만을 향해 출격한 건 전례가 없다. 미군 항공모함이 잇따라 서태평양에 집결해 중국의 대양진출을 틀어막고, 일본과 유럽국가들이 앞다퉈 대만을 감싸며 중국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려는 의도가 깔렸다.
중국은 대만이 지난달 22일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하자 다음날 바로 24대의 군용기를 보내 대만 ADIZ를 유린했다. 대만이 CPTPP 회원국으로 인정받는다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만의 행동반경을 좁히려면 군사적 긴장 조성이 효과적이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지역평화를 해치는 공격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신중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을 맞아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정치적 성격이 짙다. 최근 중국은 전력난으로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화려한 불빛쇼를 금지해 축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따라서 축포 대신 군용기를 투입해 중국의 위상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국경절을 기념하고 국민통합과 주권, 영토보전 능력을 입증하는 실용적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장옌팅 전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국내 애국주의자들의 압력에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향한 강경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3일까지 엿새간 열린 주하이 에어쇼에서 국산 엔진을 장착한 최신 스텔스전투기 J-20을 비롯해 고속 스텔스ㆍ무장정찰 드론, 무인정찰기, 전자전기 등 다양한 공격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따라서 이번 대만 ADIZ 진입은 중국의 첨단 군사장비가 전시장을 벗어나 언제든 대만해협을 건널 수 있다는 엄포로도 볼 수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충분한 수단과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