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품귀, 테슬라만 웃었다… 24만대 팔아 '사상 최대'

입력
2021.10.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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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3분기 판매실적을 극명하게 갈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반도체가 적게 들어가는 테슬라 차량은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올린 반면, 나머지 대부분 메이저 업체 판매량은 뒷걸음쳤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전망이 나오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물량 확보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3분기 세계 시장에서 24만1,3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보다 73.2% 증가한 것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량이다.

이는 중형 세단 ‘모델3’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판매 급증 덕이다. 테슬라의 기업공개(IR)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모델3·Y의 글로벌 판매량은 23만2,025대로, 1년 전보다 87% 늘었다. 고급형 모델(모델S, 모델X) 판매량은 다소 줄었지만(39% 감소) 중형급 판매 급증으로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도 3분기 초 심각한 부품 부족을 겪었지만, 이를 해소함으로써 3분기 말 집중적으로 고객에게 전기차를 인도할 수 있었다”며 “테슬라가 경쟁사보다 반도체 위기를 더 잘 극복함으로써, 6분기 연속 판매 증가를 이어가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3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2.8% 감소한 44만6,997대를 판매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악의 분기 판매 성적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3분기에만 수차례 공장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지프·크라이슬러·닷지·램 등의 미국 브랜드를 소유한 스텔란티스(-19%), 폭스바겐(-8.3%), 닛산(-10%) 등 대부분 업체가 반도체 수급난으로 판매 감소를 겪었다.

현대차·기아 역시 3분기 국내·외 시장에서 157만8,313대를 판매해 1년 전보다 판매량이 7% 감소했다. 엔진에 장착되는 전자제어장치(ECU)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다. 이로 인해 8월 10%, 9월 20%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다른 국산차 업체도 반도체 부족으로 최근 공장 가동을 수시로 멈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수급 및 운용 능력이 자동차 업체의 최대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테슬라의 3분기 판매 실적도 '반도체 능력'에서 비롯됐다. 테슬라는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생산공장(파운드리)과 직거래하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에 유리하다. 특히 모델3의 경우 10개 미만에 불과할 만큼, 테슬라 전기차는 다른 업체 자동차보다 필요한 반도체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제네시스 등에는 기능별 반도체가 수백 개씩 장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기존 업체들이 반도체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급한 불을 끄고, 통합제어장치 개발 등으로 원천적으로 필요한 반도체 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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