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계승'으로 꾸려진 일본 새 내각, 우려된다

입력
2021.10.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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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새 내각이 4일 총리 지명선거와 장관 인선을 거쳐 출범했다. 새 장관과 자민당 지도부 면면을 보면 기시다 정권은 개혁 이미지보다 파벌을 안배한 안정적 국정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정권의 핵심에 아베의 그림자가 짙다는 점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은 극우 성향의 아베 정권에서 불거져 "아베 계승"을 표방한 스가 정권에서 깊어졌다. 일본 야당의 지적대로 기시다 새 정권이 "아베·스가 계승 정권"이라면 앞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시다 정부의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문제없다고 여기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담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다.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전후해서는 아베와 함께 "정부 조사로는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광고를 미국 신문에 거듭 냈다.

아베 정권부터 스가, 기시다 정권에서도 외무장관을 맡은 모테기 도시미쓰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가지고 오라"는 말만 줄곧 반복해왔다. 아베 친동생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은 유임됐고,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맡을 만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던 아베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는 문부과학장관에서 경제산업장관으로 옮겨 내각에 남았다. 장관의 절반 이상이 새 얼굴이라 기시다 체제를 보이려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핵심 각료는 친아베 일색이다. "기시다 얼굴을 한 아베 내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리더십 변화는 양국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과거사 문제를 풀 기회다. 자민당 내 온건파라 기대했던 기시다 정권의 외교안보라인이 이처럼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없는 인사 일색이라면 생산적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주역으로 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이다. 합의 당시를 되새겨 진정한 반성에 기초한 과거사 논의에 나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