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만명 숨진 '스페인 독감'도 제쳤다… 美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은?

입력
2021.10.02 11:08
코로나19로 미국에서만 70만 명 사망
백신 접종률 낮은 지역서 사망자 많아

미국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뭘까. 그간 67만5,000명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독감이었지만, 이제는 기록이 바뀔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에서만 70만 명 가까이 숨진 탓이다.

1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70만 명을 넘겼다. 미국 전체 인구 3억3,140만 명(미 인구조사국 기준)의 0.21%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미국인 500명 중 한 명이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미국에서는 6월 말부터 델타 변이로 인한 4차 재확산이 시작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누적 사망자를 낸 감염병은 1918∼1919년 스페인독감이었는데, 코로나19가 이를 추월한 것이다.

특히 모든 성인에게 백신 접종 자격이 주어진 지 두 달이 지난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약 세달 반 사이 나온 사망자 수만 10만 명에 달했다. NYT는 “미국은 풍부한 백신 공급을 가진 국가 중 최근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시간대 의학 역사학자 하워드 마클은 “델타 유행은 백신 미(未)접종자들을 뚫고 지나갔다”며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뒤 발생한 죽음은 “전적으로 필요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백신이 효과가 없던 건 아니다. 최근 석 달 반 사이 나온 사망자 수는 이전의 사망자와는 양상이 다소 달랐다. 최근 사망자는 백신 접종이 뒤처진 플로리다주(州) 미시시피주 루이지애나주 아칸소주 등 미국 남부에 집중됐고, 연령대도 종전보다 더 젊었다.

또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19가 파도처럼 몰려들었다가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사망자 발생 속도 역시 빨라졌다 느려지기를 거듭했다. NYT 통계에 따르면 작년 2월 29일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뒤 누적 사망자 10만명에 도달할 때까지는 89일이 걸렸다. 여기에서 다시 20만명 까지는 118일, 30만명이 될 때까지는 83일이 각각 걸렸지만 40만명, 50만명이 되는 데는 불과 36일, 3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때가 바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절정에 올랐던 지난 겨울이다. 50만명에서 60만명으로 가는 데는 114일이 걸렸다. 이때는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던 시기다. 1일 70만명을 돌파하면서 107일 만에 10만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게 됐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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