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부자는 이제 그만! 한 개면 충분하잖아요" 쓰레기 전문가의 일침

입력
2021.10.03 12:00
쓰레기센터소장,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
'스타벅스 다회용컵 데이' 등 그린워싱 비판
"모든 카페서 이용 가능한 대한민국컵 제안"


"저희 집에 텀블러 20개 있다니까요!"

쓰레기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인 쓰레기센터(https://trashcenter.modoo.at/) 소장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본인 소유의 텀블러 개수를 공개했다.

당연히 많다고 자랑하려는 건 아니다. "이렇게나 많은데!" "이러다가 21개가 될 텐데!" 또 텀블러를 사라고 부추기는 반(反)환경적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쓴 반어법적 표현이다.


분노의 시작은 스타벅스였다. 지난달 28일 50주년을 맞은 스타벅스는 친환경을 실천하자는 의미로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일회용 컵을 줄여보겠다는 뜻은 좋았지만, 그 끝은 다회용 컵 쓰레기 양산이었다.


스타벅스 '다회용 컵 데이', 위장 환경주의 논란 점화

보여주기식 친환경 굿즈로 기업 이미지만 쌓으려는, 위장 환경주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여전히 잘 팔려 나갔다.

이 최고위원은 스타벅스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으며 개인 컵 사용을 기본 전제로 하되, 최대한 쓰레기를 줄여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다회용 컵 모델을 설파했다. 바로 "대한민국 공용 컵" 도입이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다회용 컵 시스템은 자사 브랜드에서 생산한 다회용 컵 이용만 고집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이렇게 되면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카페를 이용할 경우 추가로 다회용 컵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일회용 컵과 다를 바 없는 다회용 컵의 낭비가 시작되는 악순환이다.


"대한민국 모든 카페서 사용 가능한 공용 컵 효과적"

그래서 그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공용 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스타벅스 다회용 컵', '커피빈 다회용 컵' 나누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동일한 컵을 만들자는 것. 이때 보증금을 붙이는 건 필수다.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는 개별 기업에만 떠넘길 일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최근 국회 사무처가 친환경 국회를 조성하겠다며, 출입기자들에게 1인당 1개씩 텀블러를 나눠 주겠다고 공지한 것을 두고도 이 최고위원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자를 받고 국회 카페에 가 보니 역시나 일회용 컵에 주더라고요. 적어도 텀블러를 나눠 주려는 의지가 있다면, 개인 컵을 가져올 때만 판매하겠다거나 다회용 컵을 비치해 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친환경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친환경 타이틀만 노리는 건 국회라고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부터 친환경 다회용 컵 시스템 만들어 나가야"

그래도 달라지고는 있다. 일회용 컵은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 컵에만 음료를 판매하는 인천시청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에도 적용해 보자고 사무처에 제안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가 친환경 다회용 컵 사용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쓰레기를 줄여 나가는 방법은 우리 모두 다 안다. 불필요한 건 안 사면 된다. 음료를 마시는 용기의 경우 개인 컵이 최우선이다. 불가피할 때는 다회용 컵, 공용 컵을 사용하는 거다. 이 최고위원은 그 마음가짐을 공론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나 기업이 일회용품을 덜 생산하거나 다회용 체계로 바꾸는 데 있어서 소비자와 시민의 여론이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어려울 건 없다. 텀블러 사라고 계속 부추기거나, 쓸데없이 많이 나눠 주는 세상을 향해 "저희 집에 텀블러 20개 있거든요! 21개 되는 거 싫거든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보는 것부터가 시작일지 모른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