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속되는 文정부 테스트... 뚜렷해진 대화·도발 '쌍끌이 전략'

입력
2021.10.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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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계속 ‘시험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매개로 대화 의지를 내비치자마자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무력 시위를 재개한 것이다. 대화를 제의하면서 거듭된 도발을 남측이 정당한 군사훈련으로 인정하는지 떠보려는, 새로운 ‘쌍끌이 전략’이다. 남북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은 뒤 북미협상에 활용하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이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反航空ㆍ지대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1,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작으로 열차 탄도 미사일(15일), 극초음속 미사일(28일) 발사에 이어 9월에만 네 차례 무력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북한은 그 사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좋은 제안”이라고 맞장구쳤고,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가 요구한 통신연락선 복원에 호응하면서 대화 분위기도 한껏 끌어올렸다. ‘화해’ 따로 ‘도발’ 따로, 노선을 명확히 했던 과거와는 다른 행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달라진 전략이 빈손 합의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학습효과’라고 진단한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전까지 한반도 정세를 화해와 긴장 국면, 한 방향으로 끌고 갔다. 2017년 9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2018년 1월 김 위원장이 남북대화 의사를 표명한 후 그 해 내내 군사 도발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분풀이를 하듯, 같은 해 5~10월 무려 12번이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2019년 이후 적대시 정책 폐기를 관철하기 위해 기존 패턴을 버리고 대외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짰다”고 설명했다.

적대시 정책 철회란 ‘목표’는 북미협상이란 ‘수단’과 맞닿아 있다. 철옹성 같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원칙론 탓에 직접 대화가 어려워지자 한미를 분리 대응하는 식으로 협상의 틈을 벌리려는 셈법이다. 남측에는 종전선언과 통신선 복원, 정상회담이라는 유화책과 동시에 도발을 일삼으면서 ‘실천’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확약에도 이날 남북 통신선 접촉에 응하지 않았다. 미사일 도발에 대해 현 정부가 ‘이중잣대’를 포기하는지 반응을 주시하겠다는 경고의 표현이다.

반면 미국에는 줄곧 대결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더 교활해졌다”고 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이어 중국 국경절(1일)에 맞춰 “적대 세력들의 반(反)중국 대결 책동을 물리치겠다”며 중국을 우군 삼아 미국에 잔뜩 날을 세웠다.

청와대와 정부는 여러 함의가 깔린 북한의 갈지자 행보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다만 도발보다 대화 의지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기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미사일 도발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통일부 역시 “남북통신선 복원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대신 정부 당국자들은 북미협상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제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미국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대북 인센티브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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