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탈당 방치하고 내홍으로 치달은 국민의힘

입력
2021.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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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문제로 내홍에 빠졌다. 곽 의원은 이 사실이 보도된 지난달 26일 즉각 국민의힘에서 탈당했지만 공분이 여전하자 의원직 제명 논의로 이어졌고,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간 대립으로 번졌다. 처음부터 당 지도부가 원칙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은폐와 탈당이란 미봉책을 쓰다가 내분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 대표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선제적으로 곽 의원 제명 조치를 거론했다가 더불어민주당이 호응하자 대신 특검을 받으라며 한발 뺐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 51명이 곽 의원 징계·제명촉구안을 발의한 지난달 30일 이 대표는 다시 제명 논의를 위해 오후 9시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대해 조 최고위원은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진 않았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1일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곽 의원 아들 퇴직금이 범죄나 불법과 관련이 있나’라고 보낸 당신의 문자 그대로 국민과 당원을 설득해 보라”고 맞받아쳤다. 분노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치고받는 행태가 한심할 뿐이다.

이 혼란은 지도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꿴 책임이 크다. 추석 전에 제보를 받고도 무시해 언론 보도의 충격을 막지 못했고, 비난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에서 탈당이라는 면피용 조치를 취했다. 무소속이 됐으니 징계 등 당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 유승민 대선 경선 후보 등이 '곽 의원을 감싸는 거냐'고 조 의원을 비판했으나, 뒤늦은 ‘긴급’ 회의가 아무 결론 없이 끝난 게 당연하다. 제보가 들어왔을 때 즉각 사실을 규명하고 국민에게 알리면서 징계와 사과를 발표했어야 옳다.

정당은 공공기관의 병폐와 소속 의원의 비위를 오직 정쟁거리로 삼는 관행을 반성하고 탈피해야 한다. 여든 야든 유·불리에 따라 대응하고 보여주기식 처방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을 정치력으로 보는 듯해 한탄스럽다. 얄팍한 수싸움과 수위 높은 발언이 정치의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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