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는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큰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인접한 곳이라 반나절 시간을 내면 갯벌을 보러 갈 수 있다.
지난 주말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작은 섬 황산도 갯벌을 찾았다. 썰물 때면 광활한 갯벌과 그 사이로 난 ‘지그재그 갯골’이 인상적인 이곳은 일출도 함께 볼 수 있어 이른 새벽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너무 서둘렀던 탓인지 도착했을 땐 주변이 어둑어둑했다. 하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갯벌을 바라보니 달빛 아래에서 빛을 발해 제법 운치가 있었다.
얼마 후 간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갯골을 따라 실개천처럼 밀려오던 바닷물이 순식간에 큰 물로 변해 넘실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 점령군처럼 갯벌을 집어삼키더니 이내 잔잔한 호수로 모습을 또다시 바꿨다. 바닷물이 각기 다른 갯골을 따라 맹렬히 들이치고, 한데 뒤섞여 ‘한몸’이 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주변이 일순 평온해진다. 곧이어 태양이 떠오르자 수면이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마치 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를 본 것처럼 짜릿함이 밀려왔다. 햇빛을 받으며 고요하게 빛나는 갯벌을 보니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