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전의 도전과 비교하면 안팎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대선 환경이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로 흘러 그외의 정치세력이 설 자리가 좁아졌고, 당내에서도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경쟁 주자들의 추격이 매섭다.
기회 요인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의정 활동에서 토지·주택 정책을 고민해온 심 의원이 도드라질 수 있는 계기다. 심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양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부동산 기득권과 한 몸이 됐다"고 직격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정의당과 심상정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해체할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어떻게 보나.
"공공개발의 외피를 쓴 대형 민간 특혜 사업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당시 행정 책임자로서 막대한 민간 특혜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을 비롯해 정·관계, 법조계가 망라된 투기 비리의 실체를 검찰에서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특임검사에 준하는 특별조사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
_이 지사는 민관 합작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로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한 것을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는 해명이다. 개발이익 중 환수했다는 5,000억 원 가운데 3,700억 원은 대장동 내 도로나 인프라 비용이다. 이는 입주자가 내는 집값에 포함된 개발부담금으로 충당하는 돈이다. (개발업자가 아닌) 입주자가 부담하는 비용인 것이다. 7% 지분의 민간 사업자가 이익의 80%를 가져가는 비상식적인 계약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_벌써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정쟁으로 흐르고 있다.
"양당은 서로 책임을 전가할 자격이 없다. 이번 대선이 기득권 교체를 위한 선거가 돼야 하는 이유다."
_이번이 네 번째 도전으로 '정의당에는 심상정밖에 없느냐'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해 당대표를 그만두면서 당내 권한은 영원히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배들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 다만 대선은 대국민 리더십을 검증받는 자리로, 양보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이번 대선을 통해 정의당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
_만약 민주당 대선후보로 개혁을 앞세운 이재명 지사가 선출된다면, 대선에서 정의당의 입지가 더욱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이 지사가 민주당 주류보다 더 진보적이고 민주적인지 의구심이 크다. 2016년 촛불광장에서 '이재용 구속, 석방 불가'를 외쳤던 이 지사가 이번에 '이재용 가석방'에 힘을 보탰다. 또 '불로소득 환수'를 외쳤지만 부동산 부자를 위한 종합부동산세 인하엔 침묵했다. 민주당 경선에서조차 '김빠진 사이다'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았나. 대선에서 맞붙는다면 철저히 검증하겠다."
_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소득이 갖고 있는 목표와 상상력은 존중하지만, 이 지사가 공약한 월 8만 원의 기본소득으로는 국민 생활보장이 안 된다. 우리 여건에는 청년 등 특정 대상에게 주는 범주형 기본소득 정도만 적절하다. 사각지대 없이 촘촘한 사회복지 체계를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_본선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없나.
"민주당은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차선이 필요하다는 논리, 즉 진보정당에 투표하면 사표(死票)가 된다는 논리로 진보정당의 발전을 억누르며 정권을 잡아왔다. 그렇게 한 결과는 민주당이 신(新)기득권이 된 것밖에 없다. 단일화를 검토할 이유가 없다."
_2030세대 상당수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들은 민주당 집권 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기회를 빼앗겼고, 자살률과 남녀 임금 격차, 중대재해 발생률, 출생률 등 삶과 관련된 지표는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청년들은 선진국에서 후진국의 삶을 사는 이 나라를 탈출하고 싶어한다. 국민의힘이 청년층 지지를 받는 것은, 이들의 분노에 국민의힘이 '극우 포퓰리즘'으로 편승해서다. 젠더 갈등, 성폭력, 일자리, 주거 등 정치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방치한 채 갈등을 조장해 이를 덮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다."
_주 4일제 도입 공약에 대해 임금 감소와 공공기관·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보면 주4일제를 시행하면서 오히려 생산성이 올랐다. 그러면 임금을 줄이면 안 된다. 또 공공기관, 대기업에만 혜택이 그치지 않도록 신노동법 입법도 병행 추진할 것이다. 현행법이 배제하는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형태노동자 등 비전형 노동자가 1,000만 명에 가깝다. 이들도 노동자 범주에 넣어 주4일제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
_부동산 정책은.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으로는 투기를 잡을 수 없다. 집이나 공장을 짓기 위한 토지 소유는 허용하지만 재산으로 땅을 갖거나 차익을 노리는 것에 대해선 중과세로 억제하는 토지초과이득세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에 나서겠다. 집 없는 43% 국민 중 절반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
_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은 어떻게 보나.
“의미는 있다. 다만 남북이 군비 증가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만 갖고 비핵화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 중재자'에 머물러 있다. 나는 북한에 체제 안정을 보장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을 통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 등의 비전을 제시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다."
_통일은 필요하다고 보나.
"평화와 공존이 목표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 날 통일이 될 수 있겠지만, 통일을 외교 목표로 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