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공군·특전사·해병대로... 문 대통령의 파격

입력
2021.10.01 20:00
임기 중 5번의 국군의 날 기념식 모두 계룡대 벗어나 
각 군의 상징성·존재감 살린 대통령의 파격 행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국군의 날 기념식의 주인공으로 해병대를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1일 경북 포항 해병대 제1사단 인근 영일만 해상에 정박 중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함상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을 타고 마라도함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해병대가 주축이 된 상륙작전을 참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창군 이래 최초로 해병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의 국군의 날 파격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연병장을 벗어났다. 또한, 도심 군사 퍼레이드 등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전시 행사를 축소하는 대신 각 군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행사로 치러 왔다.




2017년 제69회 국군의 날 문 대통령은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았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당시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던 최신 무기 '현무2' 계열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 '패트리어트(PAC2)' 요격미사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등이 잇따라 등장, 일종의 무력시위 형태를 띠었다.

취임 2년차이자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8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대북 무력 시위 대신 국군 장병과 참전 용사를 위한 행사로 진행됐는데, 국민들이 퇴근 이후 TV로 시청할 수 있게 저녁 시간대를 택했다. 당시 5년 주기로 실시해 온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해였으나 태권도 종합시범과 미래전투체계 시연, 가수 싸이의 공연 등으로 대체했다. 당시 야당은 이처럼 파격적인 국군의 날 기념식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북한 정권 눈치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2019년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공군 창설 70주년의 상징성을 고려해 대구 공군기지에서 개최했다. 당시 창군 이래 공군부대에서 열린 최초의 국군의 날 기념식으로, 도입 이후 북한의 반발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일반에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해 우리 방위산업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과시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이자 제72주년을 맞은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은 특전사가 주인공이 됐다. 경기 이천시 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개최된 이날 기념식 역시 창군 이래 최초로 특전사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이었다. 과거 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한 문 대통령은 이날 의전 차량 대신 국산 전투 차량을 타고 행사장에 입장해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행사 참석 인원과 규모가 축소됐지만, 국군 특수전 부대의 강인함과 평화를 만들어갈 미래 국군의 비전을 선보인다는 취지에 맞게 특전사 장병들의 고공낙하 시범이 펼쳐졌고, F-35A 스텔스 전투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F-15K, KF-16 전투기 등 다양한 항공 전력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1일 해병대를 마지막으로 5번의 파격적인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무리했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