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이재명 무죄 판결 전후 권순일 8차례 만났다

입력
2021.09.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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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권 대법관실 8차례 방문 기록
金 "후배 법조팀장 만나거나 구내 이발소 이용"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전후 권순일 전 대법관(62)과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된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사건과 관련해 무죄 의견을 적극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 받은 '2019~2020 대법원 출입내역'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8차례에 걸쳐 대법원에서 권 전 대법관과 만났다. 대부분 1시간 정도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씨는 경제지 법조기자로 일하면서 화천대유를 설립했다가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할 때는 '기자'로 신분을 적어냈다.

김씨는 특히 이재명 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난 지난해 7월 전후로 권 전 대법관을 자주 찾았다.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날은 지난해 6월 15일로, 김씨는 그로부터 엿새 전인 6월 9일과 회부 다음 날인 6월 16일 권 전 대법관을 만났다. 6월 18일에는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건을 처음 심리했다.

김씨는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17일에도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지사 사건은 대법관들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7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됐는데, 권 전 대법관은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선고 다음 달인 지난해 8월에도 두 차례 대법원을 찾아 5일에는 '대법관실', 21일에는 '권순일 대법관실'에 들렀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인 지난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지사 판결이 난 지 4개월여 만이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권 전 대법관은 김씨가 개인적 친분으로 영입한 것이고 매달 1,500만 원 정도를 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방문 목적은 대부분 청사 내에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들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며 "출입신고서에 법조팀장을 기재하면 그가 출입구까지 데리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권 전 대법관은 동향 분이라 가끔 전화도 하는 사이여서 인사차 3, 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재판 관련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