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남욱(48) 변호사 등이 대장동 땅의 70%를 확보했다가 빚더미에 올랐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토지를 수용해주면서 기사회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한 사업으로 부실채권을 만들어낸 남 변호사는 성남의뜰 주주로 참여하면서 엄청난 개발수익까지 챙겼다.
30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과 한국일보가 '대장동 개발부지 토지조서' 등을 분석한 결과, 2009년 대장동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 3곳(씨세븐,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나인하우스)이 개발 부지에 속한 필지 904개 중 638개를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대장동 개발지구 필지 가운데 무려 70%를 해당 시행사들이 선점했던 것이다. 시행사 3곳은 이모(52)씨와 남 변호사가 대장동 시행사업을 위해 운영했던 업체다.
이들은 저축은행 11곳에서 대출금 1,805억 원을 끌어온 뒤, 땅 매입에 655억 원을 썼고, 해당 땅에는 저축은행들이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남 변호사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빌려준 돈만큼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은행들이 원리금 상황을 요구했지만, 남 변호사 등은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결국 저축은행들은 대장동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둔 채 파산관재인 역할을 하던 예금보험공사(예보)에 채권을 넘겼다.
예보는 파산한 저축은행을 대신해 남 변호사 등이 확보했던 대장동 땅을 가압류했다. 법원에서 강제경매 개시 결정도 받아 언제든 땅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결국 남 변호사 등은 대장동 땅 70%에 어떤 법적 권한도 갖지 못하고, 1,000억 원대 빚까지 졌다.
막다른 길에 몰렸던 남 변호사는 2015년 탈출구를 찾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일대를 민관합동 방식으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활로가 생긴 것이다. 성남도시공사가 시행사의 일원으로 직접 참여해 수익을 확보하면서 토지를 수용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시행사로 선정된 성남의뜰이 대장동 땅 원주민들과 보상 협의를 거쳐 땅을 사들였다.
하지만 성남의뜰 입장에선 전체 필지의 70%에 저축은행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데다, 예보의 가압류 및 강제경매 개시결정 등기까지 걸려 있는 점이 문제였다. 복잡한 권리관계를 풀어야 했고, 원주민들과 토지 보상 협상도 다시 해야 했다.
부동산 시행업체 관계자는 "토지에 대한 권리관계가 복잡하면 당사자들이 해결한 뒤 사업을 진행하는 게 순서"라며 "더군다나 전체 개발부지의 70%에 달하는 땅에 저축은행과 예보의 권리가 포함돼 있으면 지자체가 나서 해결해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관합동 시행사인 성남의뜰은 원주민들을 다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고, 가압류를 걸어 둔 예보와도 보상협의를 하면서 남 변호사 등이 만들어 놓은 난맥상을 뚫기 시작했다. 대장동 원주민 A씨는 "남 변호사 일당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잔금만 받으면 되는데 갑자기 땅을 다시 수용한다고 하니 원래 받기로 한 보상액에 맞춰 잔금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성남의뜰에선 낮은 보상액을 제시하며 받아 달라고 계속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지구 땅 수용을 마무리 지었다.
땅이 수용되자 돈이 움직였다. 성남의뜰에서 토지 보상금을 준비하자, 예보는 남 변호사 등에게 받지 못한 돈 655억 원 중 456억 원을 회수했다. 대장동 원주민들에게는 나머지 돈이 보상금으로 돌아갔다. 권은희 의원은 "성남의뜰이 남 변호사 일당의 빚을 대신 갚아준 꼴"이라며 "잔금을 치르지 못해 사업을 중단했던 대장동 땅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변호사는 여기에 더해 대장동 사업 수익까지 두둑히 챙겼다. 성남의뜰 보통주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였던 남 변호사는 8,721만 원을 투자해 1,007억 원을 배당받았다. 권 의원은 "성남도시공사는 대장동 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졌던 남 변호사의 해결사를 자처한 것도 모자라, 남 변호사가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게 바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구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