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에 허한 특공..."잡을 지푸라기는 있을까요"

입력
2021.10.03 10:00
15면
1인 가구 생애최초 특공 이르면 11월 시행
추첨제 30%에 전용  60㎡ 이하 조건
물량 극히 적어 희망고문은 여전
1인 가구라면 '오매불망' 둔촌주공

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최근 마감된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1순위 청약에는 서울 기준 역대 최다 청약자가 몰렸습니다. 389가구 모집에 13만1,447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평균 33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1순위 청약자가 13만 명을 넘긴 것은 청약 경쟁률을 집계한 2000년 이후 처음입니다. 1순위 접수 전날 진행된 특별공급(특공) 신청자 3만4,021명을 더하면 총 16만5,468명이 달려들었습니다.

'역대급' 신청자가 몰리고 만점 통장이 속출하는 요즘 청약시장은 서글픈 현실을 투영합니다. 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아파트값에 분양이 아니고서는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서민들의 처지입니다. 이면에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받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희망조차 허락되지 않습니다. 가점제 청약제도라 1인 가구나 미혼 가구는 당첨을 꿈도 꾸지 못합니다. 특공은 아예 자격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저 바라볼 것은 전용면적 85㎡ 이상인 추첨제 물량뿐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죠. 바늘구멍이라도 기회가 있다면 뚫어봐야 합니다. 정부도 청약 사각지대에 놓인 1인 가구를 위해 제도를 개편, 이르면 11월 민간분양분 특공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푼다고 했습니다.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물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청약 문턱은 조금이나마 낮아졌습니다.



1인 가구 위한 생애최초 특공 어떻게 바뀌나

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생애최초 특공은 말 그대로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집니다.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생애최초 물량 중 30%가 소득·가구 요건 등과 무관한 추첨제로 공급됩니다. 다만 '금수저 특공'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 기준(3억3,000만 원)은 적용됩니다. 아울러 다인 가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1인 가구가 신청 가능한 특공은 '전용 60㎡ 이하 주택'으로 제한됩니다.

민간 공급실적을 기준으로 지난해 생애최초 특공은 약 2만 가구였습니다. 정부는 30% 추첨제 물량을 적용하면 매년 6,000가구 정도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방향은 긍정적입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에서 2019년 30.2%로 늘었습니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이니 이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도 특공 제도에 손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시장에서 소외돼 매매시장으로 쏠렸던 청년층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물량 극히 제한…'희망고문'은 여전

하지만 1인 가구에게는 생애최초 특공 역시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될 공산이 큽니다. 생애최초 특공은 우선공급으로 소득기준 130% 이하에게 50%가 배정되고, 일반공급으로 소득기준 160% 이하에게 20%가 풀립니다. 마지막 30% 추첨 물량이 1인 가구 대상입니다. 결과적으로 1인 가구는 한참을 기다렸다가 수많은 신청자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경쟁자에는 우선 공급에서 밀린 신청자, 그다음 일반 공급에서 밀린 신청자가 모두 포함됩니다.

더구나 전용 60㎡ 이하는 비주류 평형이라 민간 분양에서 1인 가구가 신청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적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민영주택 생애최초 특공이 신설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서울 민영 아파트 단지에서 전용 60㎡ 이하는 35가구에 불과했습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1,052가구, 345가구만 해당됐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1인 가구용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있어 아파트는 '국민평형'인 84㎡에 집중하는 영향도 있습니다.

오매불망 ‘둔촌주공’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도 어쨌든 나오긴 합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은 9개 단지에서 총 1만7,264가구가 분양됩니다. 12월에도 2개 단지에서 2,111가구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 1인 가구 특공이 가능한 60㎡ 이하를 찾아야 하는데, 탐날 만한 곳이 딱 한 군데 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입니다. 일반분양 4,786가구를 포함해 무려 1만2,032가구가 공급됩니다. 전용 60㎡ 이하 물량도 상당합니다. △29㎡ 10가구 △39㎡ 1,150가구 △49㎡ 901가구 △59㎡ 1,488가구 등입니다. 분양가가 관건인데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특공이 없습니다.

1인 가구 입장에서는 물량이 많은 59㎡ 유형이 9억 원 아래로 나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둔촌주공은 분양가 산정 문제로 분양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연내 분양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데 잡을 지푸라기가 좀처럼 없다는 게 아쉬운 현실입니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