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향해 수사망이 조여드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금품을 받은 게 사실로 확인되면, 인사권자인 이 지사의 책임론에 불이 붙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기도 어려워진다.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이 '꽤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지사 대선캠프는 출구 찾기에 나섰다. 30일 이 지사의 '관리 책임'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합동수사본부 차원의 수사를 수용했다. 유 전 본부장 수사 결과가 던질 충격파를 줄이려는 포석이다.
그간 이 지사 대선캠프의 대장동 의혹 대응 기조는 '철벽 방어'였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의 '순수한 설계자'로서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고, '민간의 이익 나눠 먹기를 방조했다'는 지적은 "결과론적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이 지사가 지난달 26일 "(이익 환수를)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못한 점에 대해선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유감 표명의 최대치였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본인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 측 기류는 전날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이 지사 대선캠프의 김병욱 '대장동 태스크포스(TF)' 단장은 30일 "유 전 본부장의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드러나면, 이 지사도 관리자로서의 기본 책임에 당연히 동의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관리자의 책임'이라고 한정한 것은 혹시 모를 치명타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과 관계된 여러 증거들이 나오면서 초기 방어 논리가 무너지고 신뢰도가 떨어졌다. 대응이 내부적으로 꼬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 대선캠프는 유 전 본부장을 거명하지 않는 것으로 철저히 거리를 둬 왔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 캠프에서 활동 중"이라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장에 "허무맹랑한 거짓 주장"이라며 반박한 것 이외엔 함구했다.
김병욱 단장은 30일 "유 전 본부장은 경기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이었고, 능력을 인정받아 이 지사와 성남시에서 같이 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같이 일한 사이'라며 가드를 살짝 내린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에서 "유 전 본부장을 내 측근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고, 경기도 산하기관 직원 중 한 사람"이라며 '공식적 관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문제가 생겼으면 일선 직원이 그랬더라도 제 책임인 것은 당연하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개발공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15년 3월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국민의힘은 그가 화천대유 등 민간업체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하고 사업자 선정에도 관여했다고 지적한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검찰이 빠르게 압수수색을 하고 움직이는 걸 보면, 뭔가를 쥐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수상한 사업 설계·시행의 배후에 이 지사가 있다고 국민의힘이 의심하는 건 두 사람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성남시 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이었던 유 전 본부장을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에 발탁한 건 성남시장 시절의 이 지사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로서 유 전 본부장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또다시 깜짝 발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동안 열성 지지자로 주변을 맴돌았고, 이는 과거 언론 보도 등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