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노동 강도는 살인적 ... 쪼개기 계약·야간노동 금지시켜야"

입력
2021.10.01 04:30


"일을 마치고 잠을 자고 주말에 이틀을 쉬어도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태로 다시 일을 하니 과로가 누적된다. 100년 전 정립된 직업환경의학 이론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례다."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근무시간 내내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데 휴식시간은 턱없이 부족해 정신적·육체적인 건강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쪼개기 계약이나 야간노동 금지 등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때도 줄지 않는 심박수... 미래 건강 끌어다 쓰는 것"

30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주최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환경 건강수준 평가' 토론회에서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7명에게 장비를 달아 24시간 심박수를 측정한 결과 이들은 근무시간 중 평균 104회의 심박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100회가 넘으면 빠르게 걷거나 뛰는 정도인데, 8시간 내내 100회 이상을 기록하고 특정 시간대에는 1시간 내내 120회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노동 강도에 따른 적정 근로시간은 5시간 정도인데, 실제 근무시간은 8~9시간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야간 노동에는 30% 정도의 가중치를 부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야시간대는 적정 근로시간보다 두 배 정도를 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휴식 중에도 심박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야간근무 후 수면시간에도 심박수가 내려가지 않고 5일 연속하면 이틀을 쉰 후에야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간다"며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과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건강까지 끌어다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선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3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응답자 중 91.3%는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고 했다. 35.3%는 대부분의 근무시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한다'고 답했다.


"건강 위협하는 야간 노동... 규제 필요한 시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일명 '쪼개기 계약'과 야간노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계약직을 3개월·9개월·12개월로 나눠서 기간분할계약을 하고 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재계약의 기준도 분명하지 않고 다수는 재계약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이 사다리를 오르고 싶은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회사에 순응하게 되는 구조"라며 "2014년에 고용부 장관이 쪼개기 계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단순 업무에 가까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야간 영업을 규제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가 됐음에도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빠른 배송'을 명목으로 야간노동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현재는 임산부, 미성년자에 대한 야간노동을 제한·금지하는 규제만 있는데 노동자 건강권 측면에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진숙 고용노동부 기술서기관은 "물류센터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쿠팡 측은 토론회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 조합원이 주도한 이번 실태조사는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이나 측정 환경의 객관성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