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6년 3월 체코를 찾았다. 당시 중국 CCTV는 애니메이션 ‘판다와 아기 두더지’를 방영하며 체코를 띄웠다. 판다는 중국, 두더지는 체코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2년 전 양국이 합의한 공동제작의 성과를 시 주석 방문에 맞춰 공개한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국가원수의 첫 체코 방문”이라며 “중동부유럽 지역에서 경제가 가장 발달한 체코는 중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자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축”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의 찬사를 받던 체코가 달라졌다. 중국과 거리낌없이 맞서며 연달아 강수를 두고 있다. 자국 원전사업 입찰에서 중국을 배제하는가 하면, 대만과 부쩍 거리를 좁히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체코는 8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을 이르면 내년 발주해 2029년 착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입찰 대상에서 빠졌다.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회원국만 신규 원전 사업에 참여하도록 규정한 법 개정안에 최종 서명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협정 회원국이 아니어서 아예 자격을 잃었다.
체코는 국가 안보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이유로 들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의 진출이 체코에 상당한 위협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애써 격한 반응을 자제하며 군침만 삼키는 모습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체코가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하길 희망한다”면서 “상호 이익 원칙에 따른 기업 간의 협력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부아가 치밀 카드를 체코가 또 꺼냈다. 대만 민진당 경제 무역 대표단 65명이 20일 리투아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3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대만 대표부 설치를 허용하며 중국과 맞선 국가다. 여기에 체코까지 합류한 셈이다. 신창 푸단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을 자극하고 우군을 확보하려는 대만의 장단에 일부 유럽 정치인들도 가세해 표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의 이탈로 중국의 유럽 공략에 차질이 생겼다. 중국은 중동부유럽 17개 국가와 2012년 경제 문화 협력체인 ‘17+1’을 구성해 이후 10년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국이 서유럽 동맹국과 손잡고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유럽의 약한 고리를 먼저 중국 편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리투아니아가 17+1 탈퇴를 선언하면서 균열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오랜 우군 헝가리조차 수도 부다페스트에 ‘자유 홍콩 거리’를 조성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여기에 시 주석이 직접 공들인 체코마저 반기를 들었다. 중국은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과 다른 나라의 갈등을 부추기는 잔꾀를 그만 부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