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을 논하기 전에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 끄는 건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다.”(이재명 경기지사)
국민의힘이 연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논란을 기점으로 대장동 의혹을 '야당 게이트'로 규정, 역공에 나선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배경은 무엇일까.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특검 출범 과정의 비효율성이다. 특검이 수사 첫발을 떼려면 '여야 간 특검법안 논의→시행→특검 추천·임명→수사팀 구성 및 사무실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장 최근 사례인 ‘드루킹 특검’에서도 2018년 5월 21일 특검법 통과 이후 그 해 6월 27일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가 내일 당장 특검법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실제 수사까지 최소 2주는 걸린다"고 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지사 측은 야권의 특검 주장을 대선을 앞두고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내년 대선(3월 9일)까지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대장동 특검'을 도입하면 수사범위 및 기간, 임명 등 논의 단계마다 여야 간 정치 공방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를 의혹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대선을 앞두고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해보고, 부족하면 특검을 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모를까, 특검부터 꺼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대장동을 정쟁화해 진상 규명을 지연시켜 대선 끝날 때까지 결론을 내지 말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 대선캠프의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사와 계좌 추적이 임박해 있는데, 이를 피하려는 국민의힘의 꼼수"라고 했다. 특검 카드가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포석이란 주장이다.
민주당의 우려들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반론도 있다. 가령 특검을 상시 도입하는 내용의 상설특검법을 활용한다면, 8일 이내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대로 검찰 수사를 진행하되, 특검이 출범하면 자료를 넘기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특검을 거부하는 속내는 '드루킹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제어할 수 있는 검찰과 달리, 특검은 수사방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특검을 수용했지만, 친문재인계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의 자책골"이라는 비판이 컸다. 이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특검을 거부하는 민주당과 이 지사를 겨냥해 "드루킹 특검의 쓰라린 기억 때문입니까, 아니면 김경수 지사의 악몽 때문입니까"라고 꼬집었다.
최근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 외에 법조·언론계 등으로 번지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여야를 떠나 정치·언론·법조·토건 커넥션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국민의힘 게이트' 성격이 크다면, 특검을 전략적으로 수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특검 도입 의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아무리 경찰, 검찰이 한다고 해도 종국적으로 특검으로 안 갈 수가 없다"며 "저희가 맞불 작전으로 확 먼저 (특검을 도입)하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