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한 인물로 지목된 정영학(53) 회계사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 가운데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토대를 닦은 남욱(48) 변호사와 함께 각종 의혹의 실마리를 풀 인물로 꼽히고 있지만, 그동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들은 정영학 회계사를 두고 "사업이 성공했을 때 민간업체에 많은 수익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한 '핵심 브레인'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장동 사업의 경우 시행사인 '성남의뜰' 대주주(50%)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금 1,822억 원을 우선 회수하고 2순위 우선주를 가진 금융기관에 일정 금액을 배당한 뒤, 초과 이익은 모두 보통주에 배당하도록 했다. 민간 사업자에 '대박'을 안겨주도록 사업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정 회계사라는 것이다.
정 회계사의 설계 때문에 성남의뜰 지분이 1%에 불과한 화천대유와 6%를 소유한 천화동인은 각각 5,000만 원과 3억 원을 출자해 577억 원과 3,463억 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정 회계사 자신도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5,581만 원을 출자해 644억 원을 쓸어 담았다. 화천대유 내부에서도 "그 정도 (거액을) 보장할 만한 역할을 했다"며 정 회계사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대장동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는 의미다.
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에서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남도시공사와 화천대유 사이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화천대유의 전체적인 자금 흐름을 상세히 알고 있는 인물로 꼽혀, 그가 제대로 입을 열면 정치권과 법조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는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김만배씨와 성남도시공사에서 사업을 총괄한 유동규씨 관련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는 오래전부터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 특화된 회계사로 활동했다. 재건축 전문지인 '주거환경 라이프'는 2011년 정 회계사를 인터뷰하며 "1991년부터 부동산 관련 회계 업무를 맡아 20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정 회계사는 남욱 변호사와 함께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남 변호사는 당시 개발사업 시행사인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 대표로 자금 조달과 지주 작업(땅 수용)을 담당했고, 정 회계사는 판교PFV의 자산관리회사인 '판교AMC'의 사내이사와 대표를 연달아 맡았다. 그는 2009년 경험을 토대로 2015년 대장동 민관합동 사업의 뼈대가 되는 '성남의뜰-화천대유' 구조를 설계했다.
정 회계사의 흔적은 대장동 사업에 앞서 2013년 성남시 주도 민관합동 개발로 진행된 위례신도시 아파트 사업에서도 발견된다. 그의 아내가 자산관리회사 이사로 등재된 것을 보면, 정 회계사는 위례 사업에서도 배당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대장동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최근 서울 강남의 건물을 매입했다. 정 회계사 아내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로 작년 3월 강남구 신사동 빌딩을 173억 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에는 하나은행이 48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놓았다. 건물 매입대금 100억 원 이상은 현금으로 구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