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48) 변호사가 6년 전 대장동 사업 금품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무죄를 이끌어낸 변호사를 다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 머물러 온 남 변호사는 18일 오전 5시에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에서 남 변호사 변호인으로 선임된 대형로펌 소속 A변호사는 2015년 남 변호사가 대장동 민간 개발 추진 과정에서 8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었다. 남 변호사는 A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선고 결과도 좋았던 점을 감안해 변호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남 변호사 무죄 판결을 두고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009년 11월 대장동 민간개발 추진 시행사인 씨세븐의 이강길(52) 전 대표를 소개받아 자문단에 합류했다. 남 변호사는 이 전 대표에게 “LH공사가 대장동 사업을 포기하도록 역할을 해보겠다”며 15억 원을 요구해, 8억3,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남 변호사 측은 8억3,000만 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 중 3억 원은 변호사 업무에 따른 보수였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5억3,000만 원도 이강길 전 대표 요청에 따라 현금화해서 반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 주장대로) 5억3,000만 원은 현금화를 위해 받은 돈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이 전 대표가 회사 자금을 세탁하는 데 가담한 횡령의 공범임을 사실상 자백했지만, 그는 횡령이 아닌 불법로비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결국 남 변호사가 이 전 대표에게 받은 8억3,000만 원 전부를 로비 명목이 아니라고 봤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남 변호사에게 건넨 5억3,000만 원은 돈세탁이 아니라 로비를 위한 것이었고, 돌려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본보와 만나 당시 남 변호사에게 돈을 준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2억5,000만 원씩 쇼핑백에 넣어 신문지 넣고, 박스 테이프 감고, 내 승용차에 실어놨다. 남 변호사 차량이 대장동 느티나무 옆에 도착했고, 트렁크를 열어 돈을 실어줬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표는 “(남 변호사가) 무죄 받을 때 5억 원을 내게 돌려줬다고 말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상황은 잘 모른다"며 자신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18일 오전 남 변호사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 검찰이 체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