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채권이자를 메우려 자회사 지분을 팔았다. 지방정부는 헝다의 356조 원 빚더미를 처리할 부동산 전담반을 가동했다. 꿈쩍 않던 공룡그룹 헝다의 ‘몸집 쪼개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헝다그룹은 29일 “전날 이사회 결정에 따라 자회사가 보유한 성징은행 주식의 19.93%인 17억5,000만 주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다는 이번 조치로 99억9,300만 위안(1조8,300억 원)을 손에 쥐게 된다.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채권 이자 7,9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당장 숨통을 트일 자금은 확보한 셈이다.
헝다는 이날 560억 원의 달러채 이자를 갚아야 했다. 앞서 23일에도 채권 이자 1,400억 원을 지급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었다. 27일 계열사 헝다자동차의 상하이 증시 상장 포기 선언으로 유동성 위기는 가중됐다. 2018년부터 55조 원을 퍼부은 전기차 업체로, 전문가들이 헝다 부채 감축을 위한 1순위 정리대상으로 꼽아 온 곳이다.
하지만 연말이 지나면 이자에 더해 채권 원금도 지급해야 한다. 헝다가 내년 갚아야 할 채권은 9조 원이 넘는다.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는 미봉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2023년에는 12조8,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2025년까지 ‘부채의 늪’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다행히 헝다는 부채보다 자산이 많다. 6월 기준, 자산은 435조 원에 달한다. 결국 해법은 전국에 널려 있는 부동산을 제값 받고 처리하는 것이다. 헝다는 현재 233개 도시에서 778개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각 지방정부는 헝다 부동산 처리 전담반을 가동했다. 자산규모를 속속들이 파헤쳐 향후 채무변제와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신랑차이징은 “8월 중순 중국 전역에서 주택건설, 공안, 세무, 금융, 정법위 등 부처 연합으로 헝다 부동산 프로젝트 처리 및 위험해소 전담반을 꾸렸다”면서 “현장을 찾아 다니며 헝다의 자산과 채무를 산정해 결손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쪼개기를 통한 헝다 해체 수순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별 등급도 매겼다. 광둥성의 경우 올 상반기 가장 많은 497억 위안(9조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텅쉰왕은 “헝다의 매물 가치가 광둥성, 장쑤성은 700억 위안이 넘는다”며 “저장성, 충칭, 베이징 등은 200억~700억 위안 사이”라고 집계했다.
헝다가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고 있지만 중국 은행 대출 총액에 비하면 0.3%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 정부가 헝다의 구조적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글로벌타임스)”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동요다. 이에 인민은행은 헝다가 1,400억 원 이자를 내지 못한 다음날인 24일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주택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다만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헝다가 2016년 이후 판매한 18조 원 규모 자산관리상품 가운데 40%는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아파트 건설 중단으로 입주가 미뤄진 분양 피해자는 150만 명, 임금 체불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은 380만 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