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및 정보기술 발달이 노동력 거래와 노동과정을 혁신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의 노동력 교환과 상품거래가 삶을 바꾸고 있으며. ‘노동세계’는 시공간의 압축과 분리, 네트워크화, 유연·숙련화 등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변화의 영향과 속도는 불균등하다. 혁신의 흐름에 올라 탄 노동은 안전하나, 풍파와 싸워야 하는 노동은 위험하다.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근로기준법이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고 있는지(헌법 제32조 3항) 되짚어야 한다. 최저기준으로서의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소사업장 종사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임금의 재량 근로계층에게는 법의 단계적 적용제외를 모색해야 한다.
노동시간과 노동과정 혁신도 불가피하다. 몇 년간 연 노동시간이 급격히 줄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국가다. 2020년 연간 노동시간의 OECD 평균은 1,687시간, EU 27개국은 1,513시간이다. 우리는 1,908시간으로 OECD 43개국 장시간 서열 4위다. 노동시간 단축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술 혁신이 초래할 수 있는 일자리 소멸 대응 차원에서도 한 사람이 오래 일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나눠 일해야 한다.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노동자 ‘시간주권’의 확대 또한 필요하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등의 ‘2중 규율’을 주 40시간으로 단일 총량화하고 근로자 건강과 삶의 질은 근로일간 적정 휴식시간 의무화로 보호해야 한다.
특수형태 고용의 확대와 플랫폼 노동의 확산 또한 무거운 도전이다. 노동은 분 단위로 계약되며, 노동과정은 숨어있는 알고리즘으로 통제된다. 사용자와 고객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종사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배제된다. 보호를 위한 별도 법률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이것이 오분류된 위장특고에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근로자로 주장하고 근로자임이 판단되면 당연히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어야 한다. 특고종사자들의 집단적이고 자율적 이해조정을 위한 단결권 및 집단 교섭권 부여 또한 필요한 중장기 과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노동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