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여중사 사망사건 유가족이 뒤늦게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이유는 오로지 딸의 명예회복과 진실규명 때문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피해자의 아버지도 딸의 명예회복과 엉터리로 수사한 사람 처벌이란 본질적 문제 외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실명을 드러내지 않고, 음성 변조에 모자이크 처리한 채 언론에 나왔다"며 "이제 군의 수사를 믿을 수 없으니 아버지가 딸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얼굴과 음성을 그대로 공개했고, 딸도 떳떳한 군인으로서 명예를 회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돼 (딸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8일 임 센터장과 유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 부실수사 관계자들의 불기소 가능성이 나오자 특검 도입과 국방부 장관 경질을 요구하며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3월 회식 뒤 간부에게 강압적 성추행을 당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 중사는 피해 신고에도 사건 무마 시도 등 군의 축소·은폐 수사로 좌절하다 결국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해당 사건 관련 활동을 7일 마치면서 수사 관계자인 공군본부 법무실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20비행단 군 검사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임 센터장은 "군 검사와 군 경찰이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상부 조직의 군사경찰과 군 검사들이 왜 가해자를 비호하고 구속하지 않았는지 다시 수사해야 한다"며 "친정집 식구들이 시댁을 치는 격이라 수사가 잘 될 리가 없고, 군 수뇌부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 센터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군 법무실과 가해자 측 법무법인 사이의 통신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청구된 통신영장이 국방부 장관이 관할하는 군사법원에서 무더기 기각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군 수뇌부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여론이 악화하니까 장관이 부랴부랴 여론 무마하기 위해 창군 이래 최초로 특임 군 검사를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특임 군 검사가 수사하려면 군 수뇌부에 대한 통신 영장을 신청해 어디서 외압을 받았는지,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받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통신영장 기각은) 국민에게 엄정 수사를 약속하고 뒤에서는 특임 군 검사의 손과 발을 묶어 버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각 사유를 알 수 없지만 수사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소환에도 불응하고 있어 체포해야 하는 상황인데 문제는 (현재) 민간인이라 군 검찰이 체포할 수 없어 민간 검찰과 합동수사단을 꾸려야 하나 군은 그럴 생각이 1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로 "그렇게 되면(민간 검찰과 합동수사단을 꾸리면) 주도권을 민간 검찰에 뺏길 수도 있고, 그 칼끝이 군 수뇌부를 향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도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수뇌부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법원이 존재한다는 게 이번에 만천하에 드러났고, 그러니까 계속 군사법원을 민간으로 이양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 앞에 군 수뇌부가 깨끗하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통신영장은 기본적으로 발부하는 게 맞고, 떳떳하다면 왜 전 공군참모총장이 소환에 불응하나"라며 "제가 총장이라면 자진 출석해 당시 쓰던 핸드폰도 포렌식하라고 제출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점점 만든다"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처분 권고도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 수사관은 '군사 경찰 대대장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군사 경찰 대대장은 '그런 지시를 한 바가 없다'고 진술이 엇갈리고, 군 검사와도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셋 중 2명이나 1명은 거짓말이거나 셋 다 거짓말이라는 얘기라 진위를 밝혀야 하는데, 이것을 인용해주면서 엇갈린 진술의 실체는 얘기하지 않은 채 약간 일탈이었다는 식으로 몰아 수사를 정당화시키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윤 일병 사망 사건도 직접적 가해자들은 처벌됐지만 당시 '냉동만두를 먹다 기도가 막혀 죽었다'고 사건을 축소·은폐·왜곡한 군사 경찰과 군 검찰, 군 수뇌부에 대한 수사는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며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