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발생한 공익·부패행위 신고자 신분 노출의 절반가량은 신고를 접수 및 처리하는 기관에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신고자가 신고 초장부터 신분이 드러날 위험에 처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공익·부패행위 신고자가 권익위에 신분공개 경위 확인을 요청해 인용된 경우는 총 45건(공익신고 26건, 부패신고 19건)이었다. 공익·부패행위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밝히는 행위는 관련법에 규정된 '신고자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권익위가 인용 사건의 신고자 신분공개 경위를 조사한 결과, 신고 접수·처리 기관에서 담당자나 공무원에 의해 정보가 유출된 경우가 48.9%(22건)로 전체 사례의 절반에 달했다. 현행법상 공익·부패행위 신고는 주무부처인 권익위나 수사기관, 감사원, 행정기관, 국회의원, 피신고기관 대표자 등이 접수한다. 이어 △신고자가 근무하는 조직 내부나 피신고자 본인 26.7%(12건), △언론 보도 6.7%(3건) △소청 및 재판 과정 4%(2건) 순으로 정보 유출이 잦았다.
신분공개 경위가 확인됐을 경우 권익위는 책임자를 형사 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고발 조치가 이뤄진 건 전체 45건 중 17건뿐이었다. 권익위 조치의 절반 이상은 징계 요구(26건, 고발과 중복 조치한 경우 제외)였고 주의 요구에 그친 것도 1건 있었다. 나머지 1건은 권익위가 신분 유출자에게 비밀보장 의무 위반 사실을 통보하기만 한 경우였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려운 신분 유출 사례로 한정해도 형사 고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권익위 제출 자료에 따르면 신고 접수·처리 담당 공무원이 피신고자 측에 신고자 실명이나 특정 정보를 직접 알려준 경우가 6건, 신고서를 피신고자에게 전달한 경우가 4건이었지만 권익위는 이 중 5건에 대해서만 고발 조치했다.
권익위는 신분 공개의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서 혐의를 인정받기 어려워 고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분 공개 책임자가 피신고기관 측과 유착하거나 신고자에게 해를 입힐 목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이상,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면서 "(고발 비율이 낮은 이유가) 신고자 보호에 미온적이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분 공개가 공익·부패행위 신고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피해인 만큼, 실제 처벌까지의 난항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은옥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신고자 신분이 한번 공개되면 그 피해는 불가역적"이라며 "고의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의 신고자 보호 의식 자체가 미비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