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로부터 받은 풍산개 곰이가 두 번째로 낳은 새끼 7마리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2마리씩 분양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미 2019년 곰이가 낳은 새끼 6마리를 지자체에 분양했을 당시 개들이 결국 동물원과 수련원으로 보내진 것과 관련 비판이 쏟아졌는데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다. 녹색당은 당시 논평을 통해 "곰이와 송강이 남북평화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존재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인간과 교감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개'의 강한 본성을 고려할 때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보낸 것은 반생명적이며 반동물권적"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2019년 8월 곰이가 낳은 강아지 6마리를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등 4개 지자체에 분양했다. 이 가운데 인천 연평평화안보수련원과 인천대공원에 각각 배치된 '햇님'과 '들이'를 제외한 나머지 4마리는 동물원에서 전시되는 삶을 살고 있다. 햇님과 들이 역시 전시되지는 않지만 다른 4마리와 비슷한 사육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로 분양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개들의 근황을 확인해봤다. 먼저 개들이 지내는 환경은 대부분 비슷했다. 동물원들은 전시실을 따로 만들어 개를 전시하고 다른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들이 시간이 될 때 산책을 시키고 있었다. 유일하게 동물원이 아닌 평화안보수련원에 사는 햇님은 운동장 견사에서 지내고 있는데 하루에 2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햇님을 포함 개들은 밥을 먹을 때와 산책 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햇님의 경우 지난해 6월 코로나19로 수련원 휴관이 장기화하면서 찾는 사람이 줄어 우리 안에 갇힌 채 혼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개들의 동물등록 상황은 제각각이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 대상은 주택·준주택에서 기르는 개, 주택·준주택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로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동물원에서 전시 목적으로 기르는 개는 동물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 실제 서울대공원 '산이'와 대전오월드 '달이', '강이'는 소유주가 대통령 비서실에서 서울대공원, 대전도시공사로 바뀌었지만 동물등록은 따로 되어 있지 않았다. 햇님과 들이를 전시 목적으로 기르지 않는 인천 평화안보수련원과 인천대공원은 각각 옹진군청과 인천대공업 사업소 이름으로 동물등록을 했다. 광주 우치동물원의 경우 '별이'를 전시 목적으로 기르고 있어 따로 동물등록을 할 필요는 없지만 우치동물원 관리사업소로 동물등록을 마쳤다.
6마리 가운데 중성화 수술을 한 개체는 서울대공원 산이와 대전오월드에 사는 강이 2마리였다. 대전오월드 관계자는 "수컷인 강이는 암컷 달이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둘 사이 번식을 막고 활동성을 낮추기 위해 강이를 중성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단독생활을 하고 있어 번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할 개를 지자체에 보내 동물원이나 공공기관에서 살게 한 것 자체에 대해 비판한다. 개들은 사람과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동물인데 동물원이나 시설에서 지내는 것은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동물원이나 시설 관리자들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힘들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개체로서 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동물원이나 공공 시설에서의 전시 사육은 부적절하다"며 "이는 개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개별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개를 지자체에 보내 동물원에 살게 하는 것은 동물복지 측면에서나 멸종위기종 보전 등 동물원 시설의 기능을 고려했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자체에 간 6마리의 경우 지금이라도 일반 가정에 분양하는 게 최선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이들에 대한 관리 역시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들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점을 감안할 때 사육사나 관리자, 지내는 환경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 이를 매뉴얼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별이가 지내는 우치동물원의 경우 2007년 사육장이 부족해지자 풍산개와 시베리안 허스키 6마리를 5만 원 이하 가격에 분양했다.
동물단체들은 동물등록이 되지 않은 3마리 역시 동물등록을 하고, 개들이 다른 시설로 옮겨지거나 번식에 동원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중성화 수술 역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형주 대표는 "정부는 동물등록을 권장하면서 정작 청와대는 개를 지자체로 보내 동물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전시용 개로 만든 게 문제다"며 "제일 좋은 건 지금이라도 가정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청와대가 지자체에 상징성을 이유로 동물을 분양하는 것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개정되는 민법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곰이와 마루를 지금까지 중성화시키지 않고 이들 사이에 태어난 새끼를 지자체에 분양해 동물원 등에 보내는 것은 문 대통령의 동물복지 정책과 철학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는 동물을 더 이상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미 태어난 곰이 2세들도 기관 분양이 아니라 개체로서의 특성을 고려해 지금이라도 일반 가정에 입양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