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이 '초접전 끝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신승'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선거가 낳은 또 다른 결과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연방의회 선거와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를 통해 독일 통일 이후 첫 베를린 여성 시장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트랜스젠더 여성 2명이 연방의회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때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반면, 녹색당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목할 만한 독일 총선 소식들을 모아 봤다.
①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과의 초박빙 승부를 벌이며 16년 만에 원내 1당 자리를 되찾은 사민당은 첫 여성 베를린 시장도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베를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민당 소속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시장 후보가 21.4%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기파이 후보는 "사민당 정책을 최대한 반영해 녹색당, 기독민주당과 (베를린시)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분단 시기에 서베를린 시장을 지낸 루이즈 슈뢰더(1949~1951년 재임) 외에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여성 시장은 없었다. 사민당 주도 연정이 꾸려지면 기파이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여성 베를린 시장 1호'가 된다.
한국계 의원들도 배출됐다. 우선 사민당 소속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시 1지역구에 출마한 이예원(34)씨가 첫 한국계 연방의원이 됐다. 또, 한국인 모친을 둔 한국계 베를린 시의원도 2명 당선됐다. 녹색당 소속 베네딕트 룩스 시의원(슈테글리츠-첼렌도르프 1지역구)이 4선에 성공했고, 마르셀 홉은 노이쾰른 4지역구에서 사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승리했다.
② 독일 연방의회에 트랜스젠더 여성 2명이 동시 입성한다. 바이에른주(州) 남동부 뉘른베르크의 테사 갠저러(44),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나이크 슬라윅(27)이 주인공들로, 모두 녹색당이다. 도이체벨레(DW)는 "트랜스젠더 의원이 처음은 아니지만 모두 임기 중 또는 퇴직 후 커밍아웃을 한 경우였다"고 전했다. 임기 중 커밍아웃을 했다가 이번에 재선도 성공한 갠저러 의원은 "독일이 개방적·관용적 사회라는 신호"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초선 의원이 된 슬라윅은 "성소수자 혐오에 대항해 연방 차별금지법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③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제1야당 자리를 잃었다. 4년 전 총선 득표율(12.6%)보다 하락한 10.3%를 기록, 녹색당(14.8%)과 자유민주당(11.5%)에 밀리면서 5당으로 추락한 것이다. 어떤 식으로 연립정부가 꾸려져도 제1야당은 불가능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AfD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정책과 관련, 대중의 불만을 이용하려 했지만 유권자 대부분은 그들한테서 출구를 찾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2013년 창당을 했던 AfD는 반(反)난민·이슬람을 내세워 2017년 연방의회에 첫 입성을 했었다.
④ 녹색당은 초반 돌풍에도 불구, '총리 배출'의 꿈을 못 이뤘으나 실패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연정 구성의 키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8.9%)보다 6%포인트가량 득표율이 오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정치학자 오스카 니더마이어는 "녹색당 핵심 지지층은 연령이 낮고 도시에 거주하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로, 인구 구성을 고려하면 거대 정당이 되기 힘들다"고 태생적 한계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15% 가까운 지지를 얻은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 의제가 독일 사회에서 중요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DW는 "만약 연정 구성 협상 과정에서 기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된다면, 녹색당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패배보다 승리로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