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A씨는 최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백신 접종 통지'를 받고 '본인 예약' 링크를 눌렀다가 졸지에 금융사기 피해자가 됐다. 새로 열린 화면에 금융정보를 입력하다가 '아차' 하고 화면을 닫았지만 이미 계좌에서 97만 원이 인출된 뒤였다. A씨는 "공공기관에서 보내는 문자가 부쩍 늘어났고 당시 백신 접종을 기다리던 중이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B씨도 이달 20일 '국민지원금 신청이 접수됐다'는 휴대폰 문자를 받고 링크를 누를 뻔했다. 이미 카드사를 통해 자신이 지원 대상자가 아닌 것을 확인한 데다가 링크 속 인터넷주소(URL)가 생소했던 터라, 큰 피해가 따랐을지도 모를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금융사기, 이른바 '스미싱' 발생 건수가 지난해부터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정보 안내를 미끼로 삼은 범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각각 293건, 207건이었던 스미싱 발생 건수는 지난해 822건으로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1~8월에만 829건을 기록, 연간 건수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를 이미 넘어섰다. 코로나19 유행을 전후로 스미싱 범죄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미싱(smishing)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ishing)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대량 전송한 후 이용자가 악성 앱을 설치하거나 전화하도록 유도해 개인정보 등을 탈취하는 범죄 수법이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메시지에 URL을 끼워넣어, 이를 클릭하면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되거나 개인·금융정보 등이 유출된다.
경찰은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재난지원금 지급, 백신 접종 신청 등 관련 정보에 민감해진 상황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엔 택배 조회나 모바일 상품권 등을 가장한 스미싱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관련 정보를 사칭한 범행 시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발생 건수 증가에 따라 피해액도 2018년 2억3,500만 원에서 2020년엔 11억700만 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피해가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20대와 50대 이상의 피해 증가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피해자는 2018년 27건에서 2020년 321건으로 12배가량 증가했고, 50대 이상 피해자도 같은 기간 64건에서 378건으로 6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검거 건수는 2018년 174건에서 올해 1~8월 51건으로 줄었다.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활동이 증가하면서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관 기관이 협력해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는 사전에 차단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도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사이버캅'을 통해 재난지원금 또는 백신 접종 관련 사기 경보와 예방 수칙을 제공하는 한편 10월 31일까지 사이버 사기 특별 단속을 펼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미싱을 당했다면 사이버 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이용해 피해 사실을 접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