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군에서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르신들이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잇따라 상을 받아 화제다.
산청군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경남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2021 경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하숙희(73)·박옥영(87)·최계명(73) 어르신들이 으뜸글상(경남도지사상)등을 수상했다고 28일 밝혔다.
'글자에 담은 희망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시화전에 참여 어르신들은 글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을 손글씨로 출품했다.
으뜸글상을 받은 하숙희(산청읍) 어르신은 '글자 숨바꼭질'이라는 시에서 "'할머니'를 찾는데 '하머니'만 보이고, '많다'를 찾아 볼라는데 또 'ㅎ'받침이 도망가고 '귀찮아'를 쓸라고 하는데 못 쓰겠다. 나는 술래가 되어 이리 헤메고 저리 헤메도 도무지 내 글자는 못 찾겠다… 술래가 하기 싫지만 내글자 알 때까지 누가 모래도 나는 글자술래 할기다. 글자야 니가 꼭꼭 숨어도 나는 꼭 찾아 낼 것이다"며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 글자 배우기의 속상한 심정을 숨바꼭질에 비유해 표현했다.
또 박옥영(생비량면) 어르신은 '황새'라는 시를 통해 마을 앞산 나무에 황새를 보며 황새처럼 어디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해 행복글상(경남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최계명(산청읍) 어르신은 우연히 친구를 따라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배움의 열망을 '나의 소원'이라는 시로 표현해 희망글상(경남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올해 수상작품은 경남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 문해작품 온라인 전시와 함께 경남도청과 경남연구원 등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교육부 선정 평생학습도시이자 경남평생교육 공모사업에 4년 연속 선정된 산청군은 2017년부터 매년 250여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성인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문해교실 운영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 8월 치러진 초졸 검정고시에 어르신 3명이 응시해 2명이 과목합격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문해교실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면 그 열정과 정성에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 진다"며 "문해교육은 단순히 읽고 쓰기를 배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교육복지 사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