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 '부상' 김진욱 '부진'...재점화한 신인왕 경쟁

입력
2021.09.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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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BO리그 신인왕 구도가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이의리(19·KIA) 김진욱(19·롯데) 두 좌완 슈퍼루키가 부상 이탈하거나 부진한 사이 다른 선수들이 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착실하게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올 시즌 19경기에 선발로 나와 94.2이닝을 소화하면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로 호투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32로 좋고 퀄리티스타트도 4차례 기록하는 등 투구 내용이 좋다. 4월 28일 한화전 6월 16일 SSG전에서는 10개의 삼진을 잡는 등 팬들의 눈도장도 확실히 찍었다. 특히 2020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 발탁돼 10이닝 동안 18개의 삼진(공동 1위)을 잡는 등 국제대회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며 신인왕 경쟁에서 독주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22일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입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4주 진단을 받았는데, 시즌이 10월 30일에 종료되는데다 KIA는 사실상 5강권에서 멀어진 터라 이의리가 무리하게 마운드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10월 1일까지 발목에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이후엔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시즌 종료 전에 돌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의리의 ‘대항마’로 꼽히던 김진욱마저 최근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 34경기(42.2이닝)에서 4승 6패에 평균자책점 6.75, WHIP 1.92인데, 올림픽 직후인 8월에 호성적(7경기 1승 3홀드ㆍ0.00)을 냈던 것과 달리 9월(10경기 1승 1패 3홀드ㆍ6.23)엔 부진하다.

슈퍼 루키들이 주춤하는 사이 다른 후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롯데 필승조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최준용(20)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 시즌 29.2이닝을 소화, 신인왕 자격(30이닝 이상)에 0.1이닝 못 미치면서 올 시즌에야 신인왕 경쟁 자격을 갖췄다. 33경기에서 2승1패1세이브에 16홀드로, 홀드 부문 리그 5~6위를 다투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2.52에 WHIP도 1.12로 훌륭하다. 특히 8월 11일 NC전 이후 18경기(17.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일 정도로 시즌 막판 페이스가 좋다. 다만,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여서 소화 이닝이 적은 것이 아쉽다. 홀드 리그 1위가 23홀드(주권, 장현식)인데, 홀드 순위와 개수를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좀더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당시 신인이었던 임태훈(전 두산)의 경우 64경기(101.1이닝)에서 20홀드(7승 3패 1세이브)로 ‘신인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우며 신인왕 트로피를 거머쥔 적이 있다.

전반기 SSG 상위권 질주의 숨은 주역인 장지훈(23)과 오원석(20)도 거론할 만하다. 특히 장지훈은 최근 선발진의 붕괴로 과부하가 걸린 팀 불펜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장지훈은 올 시즌 64.2이닝을 소화 중인데, 이는 리그 홀드 1위 장현식(KIA)과 같은 소화 이닝이며, 리그 불펜 투수를 통틀어도 김범수(한화·70이닝)에 이어 2위 기록이다. 그만큼 긴 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팀이 꼭 필요로 하는 ‘마당쇠’ 역할을 잘 해냈다는 뜻이다. 오원석은 후반기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타자부문에선 김태연(24ㆍ한화)과 추재현(22ㆍ롯데) 문보경(21ㆍLG) 등이 거론된다. 특히 김태현은 시즌 타율이 0.330 등 타격 수치가 좋지만 8월에야 1군에 합류하는 바람에 출전 경기 수와 타석 수(34경기 144타석)가 적다. 또 최근 10경기 타율이 0.267로, 좀더 눈에 띄는 반전이 필요하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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