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르노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물론이고 르노 그룹 내부에 대한 다양한 발전 비전 및 개편을 발표하며 ‘르놀루션’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르노 산하의 브랜드 중 하나이자 루마니아의 국민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다치아(Dacia)’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발표가 이어졌다. 바로 동구권을 함께 책임지던 ‘라다(Lada)’와 통합된 사업부를 마련해 동구권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다는 점이다.
과연 르노 미래 비전 중 하나이자, 브랜드 분영에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받고 있는 다치아는 어떤 브랜드이며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루마니아의 독특한 환경에서 등장한 다치아
역사적으로 루마니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의 위성국가로 시작되었던 만큼 1940~1950년대에는 동시대의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같이 소련에게서 보다 직접적인 영향과 관리를 받았다.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 즉 국가 출범 이후 여러 선거와 정치적 숙청 등의, 혼란 속에서도 소련 및 소련 영향력 아래의 동구권 특유의 스탈린주의를 기반으로 한 급속도의 공업화 등을 거치게 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을 거치며 루마니아는 점점 다른 분위기를 맞이했다.
실제 1950년대 중반, 루마니아의 청년층에서 공산당의 행보에 대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이에 소련 공산당은 강한 대응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자유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루마니아의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스탈린주의와의 거리를 두는 정책적인 방향성을 품게 되었다.
그 결과 1960년대, 루마니아는 대외적으로는 소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전형적인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유럽 무대에서는 다각 외교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며 국가 내부에서는 자주 노선에 대한 의지 아래 탈 소련화, 탈 스탈린주의를 점차 체격을 키워갔다.
다치아 역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1966년 루마니아의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대중에 대한 자동차 보급을 골자, 그리고 ‘탈 소련’을 기반으로 한 독자 브랜드를 목표로 하여 당시 항공기 관련 업체인 루마니아 항공 산업(IAR, Industria Aeronautică Română)의 새로운 사업부인 UAP(Uzina de Autoturisme Pitești)로 등장한 것이다.
시작부터 서방권과의 협력에 나선 다치아
1966년 브랜드 출범을 알린 다치아는 당대 동구권 자동차 브랜드들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소련의 영향을 받는 동구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시작을 서방의 브랜드들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다치아의 여러 고민 끝, 프랑스의 시트로엥과 르노 브랜드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고 여러 절차를 거치며 르노의 차량을 기반으로 다치아 브랜드를 운영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르노는 컴팩트 패밀리 세단이 르노 8, 그리고 중형 세단인 르노 12에 대한 각종 기술을 이전하였다.
2년의 준비 시간을 거친 후 다치아는 르노 8을 기반으로 한 ‘다치아 1100’을 먼저 선보였고, 1969년 8월에는 르노 12를 기반으로 한 다치아 1300이 시장에 등장해 루마니아 국민들의 ‘이동 수단’이 되어 루마니아의 여러 도로를 누리게 되었다.
더욱 다채롭게 발전한 다치아
르노 8, 르노 12를 기반으로 다치아는 루마니아 시장에서의 성장과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수출길에 오르는 ‘경제적 토대’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자동차 생산에 경험이 쌓인 다치아는 독자적인 모델 개발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 다치아는 단순히 르노 8과 르노 12를 ‘리배징’ 제작해 파는 것 외에도 루마니아 시장에 대한 최적화 및 발전 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치아 1300은 이후 1301 사양으로 그 구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1300F로 명명된 왜건 사양 및 구급 차량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덧붙여 픽업트럭인 1302 등이 등장해 루마니아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다치아 1300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스포츠 모델 다치아 브라소브(Brasovia)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여기에 2-도어 모델인 다치아 1310 스포츠와 다치아 1410 스포츠 등을 선보이며 ‘다치아의 다양성’을 제시했다.
또한 다치아는 르노 20을 기반으로 한 다치아 2000을 개발, 생산하여 1980년대 초반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덧붙여 르노 18 역시 다치아 브랜드로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양 사의 협약 등으로 인해 끝내 양산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외에도 다치아는 ‘다치아 더스터(Dacia Duster)’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소형 오프로드 모델 ‘아로 10(Aro 10)’을 개발하여 시장에 선보이며 루마니아가 선보였던 자주 노선과 함께 다치아 브랜드의 자주적 행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불안한 루마니아, 그리고 다치아
1980년대 다양함을 선보인 다치아는 대형 이슈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1989년 루마니아 민주 혁명이 일어났고, 루마니아는 민주주의 국가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화 직후의 국가는 혼란스러웠지만 새로운 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 루마니아 국민들을 이끌었다.
다치아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자동차 브랜드가 해야 할 일, 즉 자동차 개발과 생산에 공을 들였고 르노의 경험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차량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원천적인 기술이 부족했던 만큼 기반 기술은 이전의 르노 1300 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현대적인 차량’들이 루마니아의 도로를 달리게 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이러한 행보는 불안한 민주국가로 발돋움 했던 루마니아처럼, 다치아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행보이기도 했다. 실제 다치아 1300은 꾸준한 발전을 했다고는 하지만 21세기로도 이어지는 등 ‘기술의 답보’ 또한 상당한 상황이었다.
르노 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다치아
1999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던 다치아에게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르노 그룹이 다치아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소련 붕괴 후, 낮은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동유럽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동구권 전용 브랜드’로 다치아를 낙점한 것이다. 게다가 과거라고는 하지만 다치아와 협력을 했던 과거가 있는 만큼 르노 내부는 물론 루마니아 측에서도 큰 거부감이 없는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2000년, 르노의 파워트레인을 반영한 다치아 ‘슈퍼노바’가 시장에 등장하고 르노가 갖고 있던 다양한 편의 및 기술 사양들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여전히 합리적이면서도 더욱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다치아 차량들이 루마니아 및 동구권 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이를 통해 다치아는 루마니아 내에서 5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 달성은 물론이고 동구권에서 르노 그룹의 영향력을 키우고, 또 전파하는 일등공신으로 성장하게 된다.
2004년 다치아는 과거의 주력 판매 모델이었던 다치아 1300의 계보를 잇는 컴팩트 모델, 다치아 로건을 선보였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로건은 루마니아 시장은 물론 동구권, 그리고 러시아 등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차량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 당대 로건은 동구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로 기록되었을 정도다. 이후 다치아는 로건 왜건 모델인 소형 픽업 모델인 다치아 픽업 등을 선보이며 동구권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며 브랜드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르노 역시 다치아에게 새로운 차량 기술을 지속적으로 제공했으며, 다치아의 지속적인 신차 개발을 독려했다. 그 결과 다이차는 로건과 함께 컴팩트 시장을 공략할 산데로, 그리고 다치아 더스터를 연이어 선보이며 컴팩트 라인업에 힘을 더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 르노 그룹은 2010년 르노 테놀로지 루마니아를 개설해 동구권 시장에서의 루마니아 및 다치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 중인 다치아
르노의 품에서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이어가는 다치아는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컴팩트 모델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소형 MPV인 로지, 신형 로건과 산데로 는 물론 더스터 등의 리뉴얼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덧붙여 브랜드 대표 모델은 물론이고 시대가 요구하는 SUV 및 크로스오버 모델 개발에도 공을 들이며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있으며 2020년에는 전기차 ‘스프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지난 시간 동안 다치아 브랜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매력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편 2021년 다치아는 르노 그룹의 결정에 따라 라다와 함께 ‘라다-다치아 사업부’로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르노 그룹은 다치아의 새로운 로고를 공개하며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 ‘다치아 브랜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참고로 라다는 지난 시간 동안 러시아의 브랜드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으나 소련 붕괴 후 르노와의 협력을 진행해왔고 지난 2016년 르노 그룹에 흡수되었다. 그동안 동구권을 같이 또 따로 공략했던 관계였던 만큼 이번 결정을 통해 다치아와 라다는 보다 밀접한 연계 및 치밀한 전략으로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