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서초구 동행복권 사무실에서 진행된 '스피또1000 1등 당첨금 전달식' 분위기는 이전과 조금 달랐다. 이날 사무실을 찾은 A씨는 상기된 얼굴로 매우 기뻐하던 이전 당첨자들과는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행운을 거머쥔 사람답지 않게 덤덤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A씨가 기쁨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않은 이유가 있다. 과거 로또 3등에 당첨된 경험이 있기도 했지만, 암 투병 중인 친구를 가장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A씨는 1등 당첨금인 5억 원을 친구의 병원비로 쓰겠다고 했다. 1등에 당첨된 것도, 친구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뻤지만, A씨에게는 친구 걱정이 먼저였다.
즉석복권인 스피또1000의 58회차 1등 당첨금 5억 원을 친구의 암 치료를 위해 쓰겠다는 당첨자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1등 당첨자는 본사에서 당첨금을 수령하기 위해 수여식에 참여하게 되고 매번 1등 당첨자 인터뷰를 진행한다"며 "이번에는 훈훈한 사연을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의외로 담담하게 당첨금을 받아 가셨는데, 인터뷰에서 이런 사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실수령액 전액을 친구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첨금 5억 원 중 실수령액은 세금 33%를 뗀 3억3,500만 원이다.
A씨와 친구의 우정은 A씨 인터뷰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23일 공개된 동행복권 인터뷰에서 "즉석복권을 (산 날) 저녁에 집에 와서 바로 긁어 보고 1등에 당첨돼 잠시 공중에 붕 뜬 느낌을 받았지만, 예전에 로또 3등에 당첨됐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지는 않았다"며 "당첨 사실을 제일 먼저 친구에게 전화해 함께 기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친구는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아픈 친구에게 힘이 되고자 (이전에도) 치료비로 도와준 적이 있는데, 친구를 도와줘서 이런 행운이 온 것 같다"며 공을 친구에게 돌렸다.
스피또1000은 게임별 행운 그림 두 개가 모두 일치하면 당첨되는 방식이다. A씨는 평소 자주 가는 복권 판매점인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복권 판매점에서 스피또1000을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