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삶, 민관이 함께 만들어야

입력
2021.09.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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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삶'.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가장 그리워하게 된 가치일 것이다. 공기처럼 당연했던 일상이 사실은 수많은 사회적 안전장치들을 통해 지탱되어 왔다는 것, 사소한 계기로도 어느 날 흔적 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매일의 낯섦과 불편을 통해 몸소 깨달아 가고 있다.

타인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상황의 장기화는 특히나 큰 두려움을 안겼다. 나 또는 보호자의 확진으로 일순간 일상이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위협당하는 공포였을 것이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홍역을 치른 대구에서도 그러한 위협은 예외 없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집단감염으로 기존의 돌봄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낼 무렵, '긴급돌봄'이라는 서비스가 새로이 도입되었다. 가정도, 민간도 비어버린 자리에 공공의 인력을 투입하여 돌봄 공백을 메우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의 인력을 모아 긴급돌봄이 필요한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게 작년 한 해 동안 1만여 건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전무후무한 위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신속한 돌봄서비스가 고안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든든한 공공서비스 기반이 있어 준 덕분이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제고를 목표로 2019년부터 설립되어 온 사회서비스원이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안정적 설립·운영을 돕고, 사회서비스와 그 일자리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지난 24일 공포되었다. 코로나19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지라 법 통과 소식은 더욱 반갑다.

이 법을 통해 정부는 5년마다 사회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 수단을 고안하여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재난상황에서의 긴급돌봄 제공을 명시적 사업범위로 포함하고, 민간참여가 어려운 분야 등을 우선 위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적 역할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소득보장과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회서비스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 지금까지는 민간의 희생과 헌신으로 양적 확대를 일궈 왔으나 민간의 작동이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을 때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삶, 이제 민간에 더해 공공이 그 부름에 응답할 차례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