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질문에 청와대가 '신중론' 강조한 이유는

입력
2021.09.27 11:00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차근차근 가야 될 문제, 시원한 답변 못 드려"
"김여정 입장문, 까다로운 대화 조건 없어
대화의 여지 능동적으로 보여줘" 해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정상회담 가능성 언급에 대해 "반색하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신중한 자세로 징검다리를 튼튼하게 하나씩 놓겠다. 그게 결과적으로 빠른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즉답을 내놓기보다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반복 강조했다.

박 수석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본질적인 문제인 만큼 따박따박, 차근차근 가야될 문제이기 때문에 답변을 시원하게 못 드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 "한반도 평화에는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비핵화 협상'이라는 북미관계도 한 트랙으로 엄연히 존재한다. 이 두 트랙은 결과적으로 굉장히 연결돼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만 갖고 급하게 정상회담까지 보는 것보다는 북미관계까지 어떻게 될 것이냐 신중·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북한 김 부부장이 24, 25일 이틀 연속 내놓은 입장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대화에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내거는 대신 '상호존중'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쓴 데서 대화의 희망과 북한의 유연성을 봤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대화의 여지를 능동적으로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박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대화 모멘텀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원된 통신선으로 북한이 빨리 응답하는 것, 그래서 각급 단위의 대화들이 이뤄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는 정도가 현재로서는 가능한 최소한의 시나리오"라고도 예상했다.

'종전선언이 차기 대선을 위한 이벤트 아니냐'는 청취자의 질문에는 "이런 중대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할 리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평화라는 강 너머에 도달하기 위해 통신선 복원이라는 작은 징검다리 하나 겨우 놓았는데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암초를 만나서 그걸 해결하다보니 징검다리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비유하며 "대선에 활용한다는 건 정치적 스케줄로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국도 종전선언 지지"

박 수석은 미국과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도 말했다. 앞서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고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박 수석은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공식 반응은 없었지만 박 수석은 "좋은 반응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종전선언 당사국으로 처음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판문점 선언도 그렇고 그 전에도 3자 또는 4자 (협의)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선한 영향력이 있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지 않나"며 중국은 항상 종전선언의 당사국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평화에 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중국에 처음 제안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종전선언과 관련 미·중과 사전교감에 대해서는 "평소 대화와 교감, 교류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다만 "종전선언은 멀리는 2007년 10·4선언,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여러차례 남북미 간의 합의가 됐던 사안"이라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겠다고 별도로 협의할 필요는 없는 문제로 서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