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콜드플레이가 띄운 'K전통'... 숭례문 배경, 한복 입고 무대도

입력
2021.09.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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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온라인 생중계 '2021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

그룹 방탄소년단이 국보 숭례문을 배경으로 무대를 꾸렸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보컬 마틴은 공연 행사에 개량 한복을 입고 나왔고, 신곡 노랫말 일부를 한국어로 불렀다.

26일 유튜브 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2021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 공연에선 한국 문화유산의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전통적 요소를 공연에 적극적으로 녹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 아티스트와의 교류로 한국 문화를 소개한 결과다.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는 21세기 '라이브 에이드'로 불리는 자선 공연이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나서 기후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 빈곤 등 세계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모으자는 취지로 6개 대륙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열었다. 이 대규모 행사에서 방탄소년단은 첫 공연 주자로 나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 진행자인 방송인 스콧 에번스가 "세계에서 이들보다 인기 있는 그룹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인 숭례문에서 공연한다"고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방탄소년단은 숭례문 인근에 마련한 특별 무대에서 '퍼미션 투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K팝 일곱 아이돌의 무대 뒤엔 어둠 속 조명이 숭례문을 화려하게 빛냈다.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방탄소년단 무대 바닥엔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버터'를 숭례문 인근 도로에서 춤추며 노래했다. 서울 한복판의 야경은 K팝 스타의 공연을 통해 전 세계로 소개됐다. 3D 합성이 아니었다. 빅히트뮤직 관계자는 이날 본보에 "방탄소년단이 직접 숭례문 인근으로 가 촬영한 무대"라고 밝혔다.

콜드플레이는 한국 문화 전도사 역을 톡톡히 했다.

제8의 방탄소년단 외국인 멤버로 불리는 마틴은 보라색 개량 한복 상의를 입고 미국 뉴욕 공연 직전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 행사 무대에 섰다. 방탄소년단이 콜드플레이 신곡 '마이 유니버스' 합작을 계기로 친분을 쌓으면서 밴드 네 멤버에게 선물한 의상이다. 마틴은 미국 관객들 앞에서 한국어로 "길어진 그림자 속에서"라며 '마이 유니버스'를 불렀다. 방탄소년단이 이 곡에서 한국어로 쓴 가사를 콜드플레이가 직접 한국어로 부른 것이다. '마이 유니버스' 무대 스크린엔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이 번갈아 노래하는 영상이 4분여 동안 지속적으로 떴다. 마틴은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노래하는 영상이 스크린에 뜨자 '세계적 훈남'이란 뜻의 "월드 와이드 핸섬"이라고 소개했다. 2019년 체코 인형 디자이너팀이 58개국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1위로 진이 꼽힌 것을 마틴이 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틴은 '마이 유니버스' 공연 직전 "우리보다 열다섯 정도 어린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협업했다"며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방탄소년단과의 합작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콜드플레이가 함께 작사, 작곡한 '마이 유니버스'는 24일 공개 당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65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지니·벅스 뮤직 등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에서도 26일 오후 2시 기준 사흘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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