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근속'이 갑질 참는 '족쇄'로... 청년 울리는 내일채움공제

입력
2021.09.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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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그만두면 목돈 지원 못받아
일부 사업주, 폭언·성희롱 등 일삼아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위해 2년 근속 시 1,200만 원을 지원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이 악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사업주의 경우 2년 근속을 채우기 위해 근로자가 중간에 그만두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 폭언이나 성희롱 등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청년 지원 사업이 '갑질 족쇄'가 된 셈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직장갑질119는 26일 '청년내일채움공제 갑질 보고서'를 내놨다.

공제사업은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한 청년이 2년 이상 근속하며 300만 원을 적립하면 여기에 기업이 300만 원, 정부가 600만 원을 함께 적립해둬 1,200만 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소기업, 청년 둘 다 윈윈하는 제도로 설계됐고, 정부는 "공제 가입자의 근속 비율이 비가입자보다 약 30%포인트 더 높다"며 최근 2차 추경을 통해 사업을 더 확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2년 이상 근속' 조건이 '2년 동안에는 마음대로 부려 먹어도 된다'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보면 2016년 7월부터 5년간 공제사업 가입자가 47만9,33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중도해지자는 11만2,090명( 23.4%)에 달했다. 이렇게 높은 해지율을 두고 직장갑질119는 "목돈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힘든 노동이거나 직장갑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실제 공제사업 가입자들로부터 2년 근속 조건이 '족쇄'로 작용한다는 제보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제보 내용 중엔 "2년 동안 회사 대표로부터 '뒤태가 좋다'는 등 온갖 성희롱과 갑질을 당했지만 공제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거나 "공제 가입 뒤 월급의 30만 원을 현금으로 되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이 때문에 공제금 신청을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공제사업과 관련한 익명의 신고 창구가 만들어질 필요성도 제기된다. 근로감독도 강화하고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점이 발견된 사업장에 대한 불이익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 전은주 노무사는 "중도 해지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우선 정확한 실태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웅래 의원은 "희망이 돼야 할 정책의 부작용"이라며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하고 고용노동부에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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