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호응했다. 그는 “적대시 정책과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긴 했으나 "남북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오전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담화를 내놓은 지 불과 7시간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화답하며 대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지난달 한미연합 훈련으로 끊겼던 남북 통신선이 복원되는 등 남북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즉 대북 제재 완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해왔던 북한이 돌연 입장을 바꾼 진의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도 제재로 인한 고립과 경제 문제 등을 타개하기 위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미 대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남북 대화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가 어찌됐든,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다시 탄력을 받을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한반도 외교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남북 대화가 진전될 수 없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단절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장을 만들기 위한 우리 정부의 가교 역할 역시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번 대화의 계기를 놓쳐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벤트식 정상회담이나 빅딜 접근법과 거리를 두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전향적인 태도 전환 없이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만 요구하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