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등 고위 법조인들의 수상한 대장동 연루

입력
2021.09.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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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사건에 법조계 인사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호화 법률 고문단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에 이어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신생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화천대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고위직 출신 법조인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의 방패막이로 나선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서 10개월간 고문을 지내면서 월 1,5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대법관 퇴직 후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법 저촉 여부를 확인한 뒤 고문을 수락했다고 하지만, 신생업체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 최고위직인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기업에서 받는 연간 자문료도 통상 1억 원을 넘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상고심에 참여했던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의 고문을 선뜻 수락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대법관 퇴임 이후 정식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법률 자문을 한 사실까지 확인되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화천대유 호화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법조계 인사들의 네트워크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화천대유의 페이퍼컴퍼니인 천화동인4호의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구속됐을 당시 박영수 전 특검이 변호인을 맡았다. 박 전 특검과 함께 변론에 나섰던 조현성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이후 천화동인6호 소유주로 등재됐다. 1,000억 원대의 개발이익을 챙겼다는 남 변호사는 파문에 앞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져 의혹을 더하고 있다.

대법관이나 검찰총장은 퇴임 이후에도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최고위직 법조인들이다. 실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대학에서 후학을 기르거나 봉사활동에 전념하면서 존경받는 법조인들이 적지 않다. 화천대유 호화 고문단이 법조계의 아름다운 전통을 흐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