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제주 '퍼시픽리솜'(구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 폐쇄와 돌고래들의 자연 방류를 거듭 촉구했다. 현재 퍼시픽리솜에는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등 네 마리의 돌고래들이 남아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에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제주 퍼시픽리솜 폐쇄와 돌고래 야생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호반건설 앞에서 5년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호반건설이 2017년 1월 당시 퍼시픽랜드를 800억 원에 인수한 뒤 퍼시픽리솜으로 개명, 아직도 돌고래쇼, 원숭이쇼, 바다사자쇼 등 시대착오적인 '동물 학대 쇼'를 이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물을 학대해 돈을 버는 기업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경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호반그룹이 돌고래쇼 사업을 완전히 접고 퍼시픽리솜을 폐쇄한 뒤 방류 비용을 전액 부담해 돌고래들을 바다로 방류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기자회견에 앞서 SNS에 퍼시픽리솜의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사연도 소개했다. 27세로 추정되는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돼 16년째 퍼시픽리솜에서 돌고래쇼나 번식에 동원되고 있다.
앞서 비봉이의 동료들은 자연 방류돼 바다로 돌아갔다. 2013년 대법원이 포획이 금지된 남방큰돌고래를 잡아들여 돌고래쇼에 사용한 혐의(수산업법 위반)로 관계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돌고래 네 마리를 몰수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 대상 해양생물 8종'으로 지정함에 따라 포획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현재 제주 연안엔 10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비봉이는 너무 오래전에 잡혔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핫핑크돌핀스 측의 설명이다. 비봉이는 현재 조련사의 지시에 불응하며 돌고래쇼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1986년 개장한 퍼시픽리솜에서 비봉이처럼 착취당하다 죽은 돌고래는 지금까지 30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비봉이 외에도 퍼시픽리솜에는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된 큰돌고래 '아랑이', 아랑이와 비봉이 사이에서 태어난 '바다', 일본 다이지에서 서울대공원으로 반입됐다가 서울대공원이 퍼시픽리솜에 기증한 큰돌고래 '태지'가 살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비봉이는 야생 적응 훈련을 위한 가두리에서 적응시간을 가진 후 자연 방류하면 야생 무리와 어울려 제주 연안에서 잘 살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랑이와 바다, 태지는 바다쉼터를 만들어 보내거나 충분한 야생 적응 훈련 후 큰돌고래들의 회유 경로 일대에 방류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특히 비봉이에 대해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하루속히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