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에 우윳값, 전셋값까지... "하반기 잡힌다"던 물가 폭발했다

입력
2021.09.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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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전격 인상,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 우려
우유 가격도 10월부터 5.4% 올라... 도미노 인상 확산
11조 재난지원금 지급에 주택 가격 불안도 물가 자극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예측과 달리 각종 생활 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으면서 서민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오랜 기간 제자리를 지키며 물가 상승을 저지해 왔던 전기요금마저 8년 만에 오르면서 도시가스 등 나머지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주택 가격과 정부가 추석 전후로 푼 11조 원 규모의 국민지원금 역시 물가 오름세를 자극하고 있다.

생활물가 도미노 인상 불가피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까지 치솟았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2.6%)까지 5개월째 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추세대로면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연간 2% 상승률을 넘을 공산이 크다

물가안정목표를 맞추려면 남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를 밑돌아야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당장 이날 한국전력은 국제유가·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 여파로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인상했다. 전기요금이 오른 건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째 동결 중인 도시가스 요금마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이날 다음 달 1일부터 흰 우유 1L 가격을 5.4% 올리겠다고 밝혔다. 2018년 이후 3년 만으로, 빵·치즈·과자 등 관련 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가정 난방용·택시 연료에 많이 쓰이는 서민 연료 액화석유가스(LPG)는 물론, 휘발유·경유 가격 역시 뛴 상황에서 이 같은 생활 물가의 ‘도미노 인상’은 가계에 큰 부담이다.

대규모 소비진작책·치솟는 집값도 물가 자극

하반기엔 물가가 잡힐 거라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가 푼 11조 원의 재난지원금과 다음 달 시행 예정인 7,000억 원 규모의 카드 캐시백 제도가 대표적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가계 지출이 한꺼번에 몰리면 물가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풀렸을 때도 삼겹살 평균가격은 26%나 뛰었다. 특히 경기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상위 12%에 대해서도 인당 25만 원을 주기로 하면서, 앞으로 시중에는 더 많은 돈이 풀릴 전망이다.

이사 철을 앞두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과 전셋값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전셋값 상승률은 0.63%로 전월(0.59%)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전셋값은 서울(0.49%→0.55%)과 수도권(0.79%→0.84%), 지방(0.41%→0.45%)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급등했다. 9월 둘째 주(1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도 0.31% 오르며 상승폭을 전주보다 0.01%포인트 키웠다.

안 그래도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다 공공요금 주택 가격 불안 요소까지 겹치면서 서민가계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물가 급등은 손에 쥐는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져 가계에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9년 만에 2.0%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아직은 괜찮다는 식으로 위기 상황을 가릴 게 아니라, 물가 관리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