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 '앞잡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현수막을 대로변에 내걸어 노조위원장을 비난한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T 직원 A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150만 원, 70만 원,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회사 노조 내 특정 계파 회원인 B씨와 C씨는 2013년 9~11월 13회에 걸쳐 서울 종로구 대로변에 자사 노조위원장 D씨를 겨냥해 '어용노조는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 D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와 C씨가 속한 계파의 의장인 A씨는 2013년 10월부터 20회에 걸쳐 서울 서초구 등에서 '노동탄압 앞잡이 어용노조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하면서 D씨를 모욕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어용이라는 문구의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이 사건 현수막 혹은 피켓에 기재된 문구 전체의 내용 등을 볼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등 3명을 유죄로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노조 내부의 언론 자유 보장은 상당한 범위 내에서 허용돼야 하지만 건전하고 합리적 비판을 넘어 모욕적이고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는 노조 내부의 갈등과 분열만 조장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일반인 왕래가 잦은 도로변 등에 D씨를 '어용' '앞잡이' 등으로 표현한 현수막과 피켓 등을 장기간 반복해서 게시한 행위는 D씨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라며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