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피의 게임'…일확천금 서바이벌 방송의 그림자

입력
2021.09.26 08:25

가족, 친구와 절대 연락할 수 없다. 게임은 고립된 공간에서 이뤄지고, 다른 참가자들과의 신경전은 피로감을 안겨준다.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 신선하지만 자극적인 요즘 서바이벌 예능, 드라마의 형식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지난 17일 공개됐다. 이 작품에서는 456억원이 걸려 있는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진다. 상금은 달콤하지만 게임은 잔혹하다. 패배한 참가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다음 달 첫 방송 예정인 MBC '피의 게임'의 참가자들도 돈을 건 생존 서바이벌에 도전한다. 최후의 1인이 상금을 독차지하는 이 게임에서는 음모, 배신 등이 모두 허용된다. 연출에 참여하는 유튜버 진용진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철저한 자본주의의 맛을 느껴 보실 수 있을 거다"라고 귀띔했다.

'머니게임'은 앞서 큰 화제를 모았던 웹예능이다. 지난 4월 1화가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동명의 웹툰 속 설정들을 재현했다. 참가자들은 4억 8,000만원 가량을 두고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바이벌을 펼쳤다. 이들의 속고 속이는 심리전은 시청자들이 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오징어 게임'과 '머니게임'은 모두 올해 크게 주목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전체 1위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머니게임'의 1화 조회수는 913만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러한 일확천금 서바이벌 방송에는 어두운 이면 또한 존재했다. 큰 인기를 누린 '오징어 게임'은 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에게 성희롱을 하는 등의 선정적인 장면들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네가 유관순이냐? 그럼 태극기나 흔들던가"라는 대사와 관련해 독립운동가를 모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참가자들이 살아왔던 배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치열한 경쟁을 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나머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비난받게 됐다.

'머니게임'의 참가자들은 악플 문제로 힘들어했다. 서바이벌 종료 후 한 참가자는 자신의 SNS에 "어제부터 이런 DM을 1,000개 이상 받으며 정신 상태가 안 좋아져 병원에 입원했다. 이제 그만 나 좀 내버려 둬라. 나도 내 생활을 하고 싶다"는 글과 함께 악성 메시지를 캡처한 화면을 올렸다. 다른 참가자 또한 "저한테 DM으로 죽어버리라는 말은 제발 그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봐온 대중은 방송을 앞둔 '피의 게임'을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바이벌에 참가한 일반인이 악플로 고통받을 수 있고, 공식 홈페이지에 "돈이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좋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만큼 자극성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송을 앞둔 '피의 게임' 앞에 놓인 과제들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해당 프로그램이 일확천금 서바이벌 방송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많은 이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