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사고 후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당한 운전자가 하급심에서 연이어 패소했다가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보험 계약 당시 ‘오토바이 운전 통지 의무’ 약관에 대해서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가운데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B사와 상해보험 계약 5건을 체결했다. 2015년 6월부터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시작한 A씨는 그해 7월 배달 일을 하던 중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해 목을 다쳤고 사지마비 상태가 됐다. A씨는 B사를 상대로 중증상해에 지급하기로 계악된 보험금 6억4,400만 원을 청구했다.
B사는 소송 과정에서 A씨와 맺은 보험 계약 5건 중 4건은 A씨가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할 의무가 담긴 특별약관(특약) 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알려야 하며, 알릴 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B사는 나머지 보험 계약 1건은 A씨가 보험료를 낮추는 조건으로 이륜자동차 부담보(보장 제외 조건으로 보험 가입) 특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에 맞서 보험사가 특약 조항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안 알려줘서 몰랐는데 어떻게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신고하냐’는 것이다.
1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2009년 첫 보험 계약 당시 이륜자동차 부담보 특약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이후 다른 4건의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오토바이 운전이 사고 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 및 증가에 해당하고 나아가 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해당 조항은) B사가 설명해야 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오토바이 운전 관련 약관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B사에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상해보험의 내용, 약관,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 대해 보험사 설명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토바이 운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 상해보험 가입 여부나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해 통지 의무 대상이 된다거나 이를 게을리하면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 설명 없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