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안보, 번영, 자유는 이전과는 달리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처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유엔 총회 연설에서 동맹관계 재건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기후변화, 감염병, 중국·러시아의 위협 같은 공동의 적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중심으로 뭉치자는 메시지였다.
특히 “현재와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과 우선순위에 초점을 돌리겠다”며 중국 견제 뜻을 분명히 했다. 영국, 호주와 함께 꾸린 새로운 3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에 힘을 싣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두 나라 정상과 연쇄 회담도 가졌다. 하지만 같은 날 유엔 연설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고, 오커스의 호주 핵추진 잠수함 지원으로 틀어진 프랑스와의 갈등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총회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발언 곳곳에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력 강화 언급은 물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시도에 반대할 것” “미래는 그들 국민이 자유롭게 숨쉴 수 있도록 하는 이들에게 속하지 철권 권위주의로 국민을 질식시키려는 이들에게 속하지 않는다” 등의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대국의 악의적 행동 사례로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압, 기술적 착취, 허위 정보 유포 등을 꼽기도 했다. 대만 위협, 호주 등 미국 우방 국가와의 무역 갈등 같은 중국의 최근 행태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또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핵심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테러를 포함한 공격에 맞서 우리 자신과 동맹, 국익을 계속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신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뉜 세계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20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면서 예고했던 대로 핵심 경쟁국 중국과의 일전에 전력을 투사하겠다는 게 미국의 확실한 방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뉴욕과 워싱턴에서 잇따라 만나 ‘오커스’ 강화 후속 조치도 논의했다. 24일에는 일본, 인도, 호주 정상과 함께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도 연다. 전방위에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화상으로 참여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만드는 관행을 거부해야 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추진 중인 오커스와 쿼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또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각국 국민의 권리”라며 미국의 비판에 맞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은 유엔에서 갈등이 아닌 외교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부는 회의적”이라며 “(오커스의 호주 핵잠수함 추진 때문에) 미국의 일부 파트너들은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는 바이든의 약속을 의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