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82%에도 확진 급증'... 싱가포르 '위드 코로나'는 실패했나

입력
2021.09.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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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확진 1000명 돌파' 최근 잇따라 
백신에 기댄 '코로나와 공존' 도마에 
사망률은 급감, 위드 코로나 유지

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증하면서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백신 접종률이 8할 이상이어도 '집단 면역'에 도달하기보다 '돌파 감염(접종 후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는 실패한 것일까.

22일 싱가포르 보건부와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178명, 사망자는 3명이었다. 사망자는 백신 미(未)접종 62세 여성, 1차 접종 74세 남성, 접종 완료 83세 남성이었다.

570만 인구의 싱가포르에서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건 최근 나흘 중에서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4월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에서 촉발된 1차 확산을 감안하면 최근 상황은 2차 확산이라고 부를 만하다. 누적 감염자 수는 전날 기준 7만9,899명을 기록하고 있다. 1차 확산 당시 누적 확진자는 6만 명대였다.

1차 확산 탓에 방역 모범국가에서 실패국가로 전락한 싱가포르는 지난해 12월 말 아시아에서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들여오는 등 백신 접종에 공을 들였다. 백신 반전 덕에 코로나19를 일반 전염병으로 간주하고 중증 환자만 집중 관리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추진했다. 전날 기준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 완료비율은 82%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2차 확산세에 백신 접종비율과 확진 숫자를 단순 비교하며 위드 코로나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 당국도 "수주 후에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이 될 수 있다"며 급증세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위드 코로나 정책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최근 상황에 대해 전날 이렇게 밝혔다. "지난 28일 동안 감염된 1만3,075명 중 97.9%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며, 1.9%는 산소 보충이 필요하고, 0.2%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고, 0.06%는 사망했다." 한마디로 확진자는 늘고 있지만 사망률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이거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다.

실제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은 전날 기준 0.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더구나 보건 당국 설명에 따르면 0.1%인 사망률을 최근 0.06%까지 낮춘 셈이다. 아직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을 그 이유로 꼽는다. 참고로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은 미국 1.6%, 한국 0.8%, 싱가포르처럼 코로나와 공존을 추구하는 영국이 1.8%다.

최근 싱가포르의 코로나 확산은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전파와 단계적 제한 조치 완화 및 장기간 쌓인 개인 방역 피로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 교민은 한국일보에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확실히 조심을 별로 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 82%에도 코로나 급증'보다 '높은 백신 접종비율 덕에 사망률 급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여기고 중증 및 사망을 최소화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에도 부합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해결책도 내놓고 있다. 15일부터 코로나19에 취약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찾아가는 접종 서비스도 선보였다. 가정과 학교에 신속 검사기기도 보내주고 있다. 27일부터 초등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는 명쾌하다. "코로나19를 싱가포르 고유의 다른 질병과 다르지 않게 치료할 수 있도록 예방 접종을 지속한다. 접종받은 대다수는 회복될 것이고, 정부는 심각한 질환을 앓는 소수에 집중하겠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지배하지 않고 새로운 표준(new normal)의 일부가 될 것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