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준비 중인 미국에서 식품의약국(FDA) 자문단이 65세이상 고령자와 중증을 앓을 위험이 큰 취약층에만 접종을 권고했다. 이로써 16세 이상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17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이들 집단에 부스터샷을 제공하는 긴급사용 승인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부스터샷 접종 대상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2회차까지 접종 완료한 뒤 최소 6개월이 지난 65세 이상 고령과 취약층이다. 또 직업상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구급요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포함됐다. 자문위는 이날 화이자가 신청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최소 6개월이 지난 16세 이상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긴급사용 승인에 대해서는 16 대 2로 부결시켰다.
이번 자문위의 권고에 따라 FDA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정부 계획은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일 주간부터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을 마친 지 8개월이 넘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 시작을 발표했다. 자문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FDA는 통상적으로 이들의 권고를 수용해왔다.
부스터샷 접종 필요성에 대한 논쟁은 계속돼 왔다. FDA 안에서도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자문위에서는 FDA 결정도 전에 접종 계획을 밝힌 상황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부스터샷 접종 계획이 발표된 뒤 사임 의사를 밝힌 FDA 관리 2명은 최근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일반인 전체를 상대로 부스터샷을 맞혀야 할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자문위 회의에서도 광범위한 일반인을 상대로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부스터샷이 젊은 성인이나 10대 후반의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심근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반면 중증 예방을 넘어 감염 확산을 억제하려면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FDA는 다음 주 초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부스터샷 접종을 위해 필요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접종 권고를 결정하기 위해 CDC 자문단 회의도 오는 22∼23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