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계약' 30대 PC방 업주 구속... 법원, 증거 인멸 등

입력
2021.09.17 18:30




불공정 계약을 빌미로 사회 초년생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인권을 유린한 PC방 업주가 구속됐다.

광주지법 박민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특수상해·폭행, 협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모(3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다.

이씨는 이날 11시2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이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의자들에게 사과 안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호송차에 탑승했다.

이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20대 직원 7명을 감금하고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고있다.

이씨는 PC방 투자자 모집 광고를 낸 뒤 피해자들을 끌어들여 공동투자 계약을 맺고, 자신이 운영 중인 PC방 10곳의 관리를 맡기면서 매출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의 배설물을 먹이고 야구방망이로 때리기도 했다. 그 결과 한 피해자는 피부가 괴사했고, 다른 피해자들도 육체·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사건을 수사해오던 전남경찰청은 지난 5~6월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2차례 기각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전담팀을 꾸려 A씨에 대한 재수사를 벌였고 입증 혐의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피해자 가족 등 광주 22개 단체가 참여한 노예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법원은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은 업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감금, 폭행, 강제노동, 인권유린 등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면서 "사법부는 법이 고통받는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 같은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피해자 구제와 회복을 위한 준엄한 판단을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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