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양심'에 몸살 앓는 고속도로 졸음 쉼터… 여러분 아니죠?

입력
2021.09.19 09:00
일부 고속도로 졸음쉼터 쓰레기 수북이 쌓여
하루 세 차례 순찰·관리에도 야간·주말은 사각지대
추석 연휴 쓰레기통 추가 설치, 특별 근무 계획

추석 연휴 1주일 전인 12일 A씨는 미리 충남 서산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충남 당진 용연졸음쉼터를 찾았다. 노곤해지면서 졸음이 밀려와 바람을 쐬러 벤치에 앉은 그는 곧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감지했다. 주변을 둘러보고는 바로 악취의 주범을 찾았다.

캔·병, 플라스틱, 종이, 투명페트병, 일반쓰레기 다섯 종류로 나뉜 분리 수거함이 모두 꽉 차자, 사람들이 그 주변에다 쓰레기를 버려 수북하게 쌓인 것이다. 그는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리가 꼼꼼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있지만, 쓰레기를 목적지까지 가져 가지 않고 굳이 꽉 찬 쓰레기통 옆에 '양심'과 함께 버리고 간 사람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매년 설·추석 명절 연휴 때면 고속도로는 늘 몸살을 앓는다. 그 어느 때보다 고속도로 이용량이 늘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통체증은 기본이고, 이처럼 간이 휴게시설 이용객이 무심코 버리고 간 쓰레기까지 더해져 귀성·귀경객의 피로감을 더하기 마련이다. 졸음쉼터 관리 강화와 함께 이용객들의 시민의식 및 배려로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소규모 주차장, 벤치, 화장실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갖춘 졸음쉼터는 10년 전인 2011년 처음 선보였다. 당시(2010~2012년)만 해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961명 중 졸음 운전(308명, 32.0%)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이의 평균 거리가 약 25km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 졸린 운전자가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운전자가 잠시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졸음쉼터 40곳을 마련한 게 시작이었다. 올해 3월 정부가 '교통안전 선진국' 도약 추진 종합대책 발표 당시 운영 중인 졸음쉼터 283개소(고속도로 230개소, 국도 53개소)에다 추가로 17개소(고속도로 7개소, 국도 1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졸음쉼터는 어느 도로에 설치됐는지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달라지는데,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민자로 건설한 고속도로는 민자법인이, 국도는 국토관리청, 지방도는 각 지자체가 맡는 식이다.


"졸음쉼터 하루 3회 순찰... 야간·주말은 관리 쉽지 않아"

그러나 쓰레기 투기와 화장실 청소 등 관리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아무래도 식당 매점 등 각종 부대시설과 직원들이 상주하는데다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반 휴게소에 비해 사실상 '무인 점포'나 다름없는 졸음쉼터의 경우 이용객의 경각심이 떨어지고, 관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국 232곳(민자 고속도로 4곳 포함) 졸음쉼터를 관리 중인 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경우 졸음쉼터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세 차례씩 각 졸음쉼터를 돌면서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도 청소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순찰하지 않는 야간이나 청소를 하지 않는 시간대에 무단 투기가 많다"며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크게 늘어나는 설 추석 등 명절 연휴에는 쓰레기통을 추가로 설치해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이용객이 많은 주말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A씨가 찾은 용연졸음쉼터 등 관내 5개 졸음쉼터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 당진지사 관계자는 "평일에는 직원 15명이 3개팀으로 나눠 정해진 구간을 하루 3회 돌면서 관리하고, 주말에는 외부 전문 업체가 관리를 맡는다"며 "업체가 일요일에는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토요일에는 수거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토요일에도 수거하도록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투기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졸음쉼터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별의별 물건이 다 들어 있다"며 "특히 음식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넘치는 쓰레기를 본 시민들이 비상벨을 눌러 연락하면 순찰반이나 청소팀이 부리나케 가서 처리하기도 하지만 금방 또 차 버린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기간 졸음쉼터에 쓰레기통 추가 비치"... 시민 협조도 당부

그는 이어 "추석 연휴 기간인 17~22일에는 특별근무팀을 꾸려 직원들이 매일 졸음쉼터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도 추석 연휴기간 쓰레기양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각 졸음쉼터마다 쓰레기통을 추가 설치한다.

특히 국도 졸음쉼터에 비하면 고속도로 졸음쉼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도 졸음쉼터의 경우 쓰레기통과 화장실도 없을 정도로 규모가 더 작아 전담 관리 직원이 없는 곳도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논산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도로에 생긴 포트홀이나 응급 복구, 나무 전지 작업 등을 담당하는 직영팀의 도로보수원들이 관내에 있는 졸음쉼터 2개소도 함께 챙긴다"며 "이분들이 순찰하면서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쓰레기는 쉼터의 분리수거함 등에 버려주시되, 쓰레기가 넘치면 그냥 버리기보다는 관할 지사에 연락하거나 다른 지정된 장소에 버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졸음쉼터 화장실 칸 수도 늘리고, 임시 화장실을 설치해 기존 756칸(남 359칸, 여 402칸)에 80칸(남 39칸, 여 41칸)을 추가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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