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대에서 전자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딜은 요즘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문명국가라고 여겼던 한국에서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셋집을 마련한 경북대 서문 밖 대구시 대현동에서는 올해 들어서 유학생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거리를 걷던 유학생들에게 “테러리스트”라는 폭언이 쏟아졌고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창문에 ‘무슬림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한다. 이 지역에서 당장 떠나라. 테러리스트들!’이라는 글귀가 붙여지기도 했다.
갈등은 무슬림들이 지난해 말부터 대현동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 건축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경북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들은 대다수가 경북대 유학생들로 2014년 대현동의 한 주택을 사들여 기도소로 활용해왔다. 그런데 기도소가 좁아서 교인들을 전부 수용하지 못하자 모금활동을 벌였고 지난해 12월부터 기도소를 허물고 2층짜리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이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 회원들은 10~15명으로 기도소를 ‘ㅁ’자로 둘러싼 다른 건물들의 주인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비대위는 사원이 들어서면 지역 전체가 이슬람 지역화돼 원주민들이 떠나게 된다면서 사원 건축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 법원이 7월 건축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북구청이 2월에 내렸던 공사 중지 행정명령의 효력이 정지됐지만 비대위는 차량과 집기를 동원해 공사현장을 봉쇄하고 있다. 7일 공사현장 인근에서 만난 서재원(57) 비대위원장은 “생존권과 행복권을 지키기 위해서 사원 건축에 반대한다”면서 “유학생들이 건물을 사들여서 사원을 짓겠다는 것은 여기에 정착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민들은 다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들은 비대위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반박한다. 교인 150여 명의 절대 다수는 유학생이며 대부분 학업을 마치면 고국으로 귀국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주택들로 둘러싸여서 개발이 어려운 맹지를 매입해 기도소로 활용해왔던 것도 건물이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북대 서문에서 도보로 5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점도 기도소 건물을 매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는 공대 학생들이 잠깐 시간을 내서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무아즈 라작(25)은 “애초에 기도소로 활용했던 건물을 매입했던 무슬림은 모두 5명인데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고국으로 돌아갔다”면서 “우리가 일부의 의심대로 정말 외부세력의 도움을 받아서 돈이 많다면 왜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에 사원을 짓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대구에서도 공단지역에는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서 건축한 대형 이슬람 사원이 있지만 대현동의 무슬림 학생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무엇보다 무슬림들은 주민들의 주장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막연한 공포 때문에 사원 건설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다. 주민들이 반대 운동 초기에 냄새와 소음이 문제라고 주장하다가 최근 들어서 무슬림들이 주민들과 공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이유 찾기라고 비판했다. 라작은 "지난 7년 동안 무슬림들이 하루에 5번씩 기도를 드렸고 대개 20~30명, 교인이 많이 모이는 날에는 100명도 모였지만 주민을 위협했다거나 소음과 관련된 신고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라작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우려에도 “한국 사람이 택시나 사무실에서 누군가를 성폭행했다는 기사를 봤다고 해서 내가 아내에게 ‘내가 연구실에 있는 동안 한국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해야 하느냐. 수억 명에 이르는 무슬림이 있는데 일부 사례로 전체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 7년 동안 대현동에서 갈등 없이 살아왔고 집주인들에게 무슬림 세입자를 소개해주기도 했던 유학생들이 갑자기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털어놨다.
이에 대해서 서 비대위원장은 “신고나 민원이 없었던 것은 맞지만 그 동안 주민들이 참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비대위원장은 "그들이 동네에서 살아도 그들의 마트를 이용하지 우리 주민들로부터 뭐 하나 안 사먹는다"라고 주장했다.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던 팻말들과 관련해서는 "유학생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슬람 안에 100%는 아니지만 100명 중에 한 명 정도는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임 비대위원장이었던 김모(50대)씨 역시 “솔직히 음식 냄새나 소음 때문에 사원 건축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대위원 대부분은) 무서워서 터전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유럽에서 이슬람을 받아들여서 어떻게 됐나? 솔직히 무섭다"라고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설명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민과 무슬림들의 관계 회복에 북구청은 물론 대구시와 경북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합법적으로 추진된 사원 건설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경북대 민교협 소속으로 사태 해결에 나선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그 집은 이미 2014년부터 이슬람 사원 소유였다”면서 무슬림 유학생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주민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원 건설은 이미 찬반을 따지기 어려운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이 문제는 반대가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할 문제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혐오부터 없애야 한다”면서 “이슬람은 테러 위험이 있으니까 무슬림은 싹 나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전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