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아파트 양산

입력
2021.09.16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오피스텔은 오피스와 호텔의 합성어다. 1985년 서울 마포에서 처음 공급됐다. 원래는 업무시설이나 주거용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집이 아닌 만큼 주차장과 일조권, 조망권 확보 등의 주택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주거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발코니도 없고 전용 면적은 아파트보다 작은데 관리비는 더 높다.

□ 최근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동탄의 한 오피스텔 분양가는 9억 원(84㎡)이 넘는데도 청약 경쟁률이 80대 1을 넘었다. 지난달 일산에선 50억 원에 달하는 오피스텔도 완판됐다. 새 집에 대한 수요가 큰데 아파트는 부족하니 대체재로 눈을 돌리는 셈이다. 구조는 아파트와 비슷한데 분양가는 아파트 시세에 비하면 낮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특히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 제한도 없는 데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취득세 중과와 종부세도 피해갈 수 있다. 건설사도 고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

□ 또 다른 짝퉁 아파트인 도시형생활주택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안 받는다. 2016년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한 1,800여 개 사업장 중 분양가가 높은 곳 1~8위가 모두 강남권 도시형생활주택인 이유다. 3.3㎡당 최고 분양가는 7,990만 원이었다.

□ 주택 공급에 조바심이 난 정부가 오피스텔 바닥 난방 허용면적 상한선을 높이고 도시형생활주택 규제도 풀겠다고 한다. 아파트는 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일단 오피스텔을 아파트처럼 지어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수요 국민이 원하는 건 아파트다. 오피스텔을 아파트처럼 짓게 해 달라는 건 건설사와 투자자가 바라는 바다. 더구나 갑자기 오피스텔을 집으로 바꾸는 건 사실상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구분을 허무는 것으로, 도시계획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그린벨트 해제보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청약 광풍이 거센 상황에서 분양가 급등과 투기 과열, 난개발도 우려된다. 과거 정부도 주저했던 대책을 내놓은 건 오피스텔까지 주택으로 계산해 공급 물량 숫자만 채우려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정답은 놔두고 꼼수만 찾는다. 집 지을 곳에 지은 집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는 게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다.

박일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