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색슨’ 뭉친 아태판 나토 등장에 중국, “전략적 실질 위협” 긴장

입력
2021.09.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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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겨냥 美·英·호주 '오커스' 안보협의체 
"90년대 러시아처럼 나토에 고립될라"
언어, 문화, 인종적 동질감에 위력 배가
핵잠 호주 선봉, 中 대양 진출 봉쇄 우려


미국, 영국, 호주가 15일(현지시간) 발족한 ‘오커스(AUKUS)’는 쿼드(Quadㆍ미국 인도 일본 호주)에 이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할 또 하나의 안보협의체다. 특히 유대감이 강한 ‘앵글로색슨’ 3개국이 뭉쳤다는 점에서 중국은 “실질적 위협”이라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냉전적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견을 털어내야 한다”고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제3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표적으로 삼는 배타적 블록을 구축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전날 서구 5개국 기밀정보 공유동맹에 한국 참여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환구시보는 16일 “아시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중국은 1990년대 러시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NATO를 중심으로 유럽지역 포위망을 구축하면서 러시아가 힘을 못쓰고 밀려난 전례를 감안한 것이다.


오커스 회원국 모두 중국과 격렬히 맞서왔다. 호주는 “중국 신발 바닥에 붙은 껌”, “미국의 총알받이를 자처하는 무뇌(無腦)”라는 모욕적 언사에 아랑곳없이 철광석 수출 중단을 비롯해 중국을 집요하게 치받았다. 영국은 최근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을 남중국해로 보내 중국과 일합을 겨뤘다. 미국은 일찌감치 중국을 최대 위협이자 경쟁자로 규정해 전방위로 충돌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인구와 군사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 거의 모든 전장에 군대를 보내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펴왔다. 오커스가 첫 조치로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한 것은 호주를 대중국 타도의 선봉대로 내세우겠다는 제스처나 다름없다. 핵잠수함은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 곳곳에서 중국 해군의 대양 진출을 저지할 수 있다. 중국 일부 전문가들이 “핵잠수함 자체가 전쟁”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핵잠수함은 중국도 6대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14대, 4대를 보유하고 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오커스 3개국은 모두 영어를 구사하고 앵글로색슨이라는 문화적 배경과 백인이라는 인종적 동질감을 갖췄다”며 “중국에게 전략적 차원의 실질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파고들 틈이 적어 인도가 참여한 쿼드보다 더 껄끄럽다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을 겸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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