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희토류' 중국 의존 벗어날 수 있을까

입력
2021.09.16 20:00
25면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2021년 8월 5일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규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만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사실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은 결국 전기차 전환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발전부문 탄소감축은 트럼프 정부하에서도 천연가스 덕분에 이미 많은 성과를 내었고 이제는 가스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추가로 전환하는 일이 남아있다.

미국의 에너지전환은 자동차부문이 유독 성과가 없었다. 그 이유는 자동차와 석유가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을 정치경제적으로 지탱해준 힘의 근원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군사력 배치와 동맹관계, 세계경제 운영 등이 모두 석유라는 사활적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구축되었다. 이제 미국도 석유와 그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산업이 대표하는 20세기의 산업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이러한 방향전환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산업패러다임과 에너지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두고 미국에서는 매우 분열적인 노선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석유 가스를 원료로 하는 자동차산업으로 중국과 다른 경쟁국들을 압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세력들의 이러한 주장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원료와 산업생태계가 거의 전무한 현재 미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통해 중국을 압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강력한 석유 가스 권력을 자발적으로 내려놓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전환 정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료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희소금속을 미국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세기 자동차 산업의 원료인 석유를 장악했던 미국으로서는 전기차의 원료인 희소금속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패착이며 21세기 미국의 위상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알루미늄, 철, 구리와 같은 전통금속은 지구의 지각 내 99%를 차지한다. 마지막 1%를 구성하는 100개의 종류가 넘는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들이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무기 등 제조에 필수적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희소금속들의 생산과 가공, 유통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니켈, 텅스텐, 마그네슘, 리튬, 인듐, 코발트, 백금, 희토류, 갈륨, 티타늄, 지르코늄 등이 문제의 희소금속들이다. 희소금속이 소재가 되어 중요한 부품으로 전기차, 풍력터빈, 첨단무기에 들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부품이 바로 슈퍼마그넷이라고 하는 희토류 영구자석이다. 전기차, LED,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부품에 소요되는 희소금속이 인듐, 갈륨, 네오디뮴이다. 마그네슘은 철강 무게의 4분의 1에 불과할 만큼 가벼워 경량화가 필요한 휴대폰, 컴퓨터 등에 필수적이다.

희소금속은 21세기의 석유이다. 현재는 원료생산과 소재 부품화 산업생태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1980년대 이후 희소금속 생산과 소재 부품화 기술이 지속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결과이다. 단순히 당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 내 저렴한 희토류를 사용하기 위하여 애플, 삼성, GM, BMW 등이 모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던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러스트벨트에서 중국으로 이전된 경제적 가치가 약 4조 달러에 달한다. 독일의 총 GDP와 맞먹는 규모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희소금속 공급망 조사를 마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우리도 희소금속 상황과 연관 산업생태계를 빨리 점검해 보아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